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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에 산다는 것

입력 2026.08.02 20:04

수정 2026.08.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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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다 못해 뜨거운 여름이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안전’을 붙인 안내문자가 하루에도 많게는 5~6번씩 온다. ‘오늘 밤 무더위가 예상됩니다. 시원한 실내온도를 유지해주세요’ 등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집 밖은 위험하니,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빵빵하게 켜고 실내에 머무르라는 일종의 경고다. 다만 이 안전문자는 ‘집다운 집’이 있어야 성립하는 명제일 것이다.

폭염이 오면 언론은 어김없이 쪽방촌을 찾는다. 바깥 기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숨 막히는 좁은 방, 낡은 선풍기에서 뿜어나오는 더운 바람, 연신 부채질하는 주민들. 언론이 매년 여름 ‘소비’해온 쪽방촌 장면이다. 그마저도 관심은 그때뿐. 쪽방촌 르포는 폭염이나 한파가 닥쳤을 때 한 번은 다뤄야 하는 캘린더성 소재가 돼버렸다.

정부 입장도 다르지 않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자료를 보면, 하루 최고기온이 38도 이상으로 치솟는 폭염에서 전체 온열질환자 중 집에서 발생하는 비중은 그렇지 않은 때보다 2배로 뛴다. 추측건대 냉방기기가 마땅치 않거나 마음껏 켤 수 없는 처지일 것이다. 폭염은 이렇게 가난을 드러내고, 생존을 위협한다.

공허하게 울리는 ‘폭염 안전문자’
날씨 소재로 전락한 쪽방촌 르포
기후위기 막아줄 최소한의 집은
가난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

여름마다 반복하는 일이지만 정부 대책은 임시방편에 머문다. “폭염에 취약한 장소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점검해달라”(한성숙 국무총리)면서 “가까운 무더위 쉼터 위치와 운영시간을 미리 확인해 적극 이용해달라”(윤호중 행안부 장관)에 그친다.

경남 양산 기온이 41.4도로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41.6도, 42도로 국내 최고기록을 계속 갈아치울 만큼 폭염은 심해지고 있다. 기습 폭우도, 극한 한파도 빈번해졌다. 더는 계절적 변화가 아닌 기후위기에 따른 사회적 재난으로, 재난은 어김없이 가장 약한 곳부터 덮치곤 한다.

서울 ‘해든집’과 대구 ‘무더위 안심주택’ 등 최근 보도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 사례는 그래서 반가웠다.

집은 단순히 몸을 누이는 거주의 공간이 아니다.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는 보루다. 두 사업 모두 쪽방 주민에게 일시적인 대피소가 아니라 이전과는 조금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

해든집은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 세입자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다. ‘해가 드는 집, 희망이 스며드는 집’이라는 뜻으로, 쪽방촌을 개발할 때 주민들이 머물 임대주택을 확보해 이주한 뒤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 이주한 142가구가 올해 모처럼 시원한 여름을 나고 있다.

무더위 안심주택은 원룸 보증금을 지원해 더 나은 주거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 주택 개념이다. 기본적인 전자제품과 가구 등이 마련돼 있으며, 여름철에는 4개월간 임대료와 전기료도 지원한다. 이제 막 탄생한 1호 입주민은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집다운 집에 머물게 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꿈만 같다”고 했다. 샤워하고 싶을 때 샤워하고, 화장실도 가고 싶을 때 가고, 화초를 키우며 집 안을 꾸미는 소소한 일상이 이들에게는 그간 꿈처럼 어려웠던 일이었다.

반지하에 살던 한 가정을 취재했던 일이 떠오른다. 폭우로 물이 들어차 집 안 장판은 우글쭈글했고 습기와 곰팡이로 쿰쿰한 냄새가 났는데, 아이 5명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 어머니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였다.

지난 5월 열린 ‘기후위기 시대, 최소한의 집’ 토론회에서 주거복지 관련 단체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맞게 최저주거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소 면적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처럼 위생시설, 공간과 보안, 냉난방환경 등 주거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빈민운동가 고 제정구 의원도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게 살 권리가 있다. 가난하게 사는 집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고 했다.

휴대폰이 또 울린다. ‘야외활동을 자제하세요.’ 이 안전안내문자는 과연 누구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이성희 전국사회부장

이성희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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