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07.27. 김정근기자
정부가 3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공제가 과도했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는 보유 공제를 없애고, 공제액도 10억원으로 한도를 둔다. 이에 따라 실거주 1주택자는 시가 20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고, 32억원 안팎까지 세금이 거의 변하지 않지만 비거주 1주택자(60세·보유10년)의 종부세는 2028년엔 지금보다 약 4배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과세 강화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는 있지만 초고가 주택만 겨냥하고, 다주택자 ‘퇴로’ 마련 이유로 양도세 중과를 또 유예해 부동산 과세 정상화나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안정화 효과를 두고는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 전망은 엇갈린다.
재정경제부는 3일 초고가 주택에서 종부세율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비거주 혜택을 줄이는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약 4년만에 부동산 세제 전반을 손질한 것이다.
종부세 기본공제는 실거주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거주용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춘다. 다주택자 종부세 적용은 주택가액별로 기본공제금액을 차등 적용해 공제를 줄였다. 비거주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세 부담이 커지도록 만든 것이다.
종부세 과세체계도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던 방식에서 주택가액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과세표준 6억~12억원(시가 32억2000만원∼44억5000만원) 구간의 세율은 1·2주택자와 다주택자 모두 현 1%에서 1.3%로 오른다. 특히 1·2주택자의 과세표준 12억~25억원 구간(시가 44억5000만원∼71억원) 세율은 현 1.3%에서 내년 1.5%, 2028년 2%로 인상해 다주택자와 같은 세율을 적용한다. 과세표준 25억(시가 71억원) 초과 구간 역시 내년부터 인상, 2028년에는 모두 다주택자와 같은 세율을 적용한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60%까지 낮춘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는 70%로, 다주택자는 2028년까지 80%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그대로 뒀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선호 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실거주 1주택자는 대체로 세 부담 증가 대상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반면 같은 주택이라도 소유자가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등 비거주 목적의 주택 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여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를 억제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공제 혜택은 축소하면서 실거주 중심으로 바꾼다. 2028년부터는 거주 공제율을 최대 60%로 확대하는 대신 보유 공제율은 최대 20%로 축소하고, 2029년부터는 보유 공제를 폐지하고 거주 공제만 최대 80%까지 인정한다.
양도차익이 커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혜택이 크다는 지적을 받은 장특공제 한도도 생긴다. 현재는 공제 금액에 제한이 없지만, 2028년부터는 최대 20억원까지만 공제를 허용하고 2029년엔 10억원으로 낮춘다.
다주택자에 대한 퇴로도 열어준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사전 브리핑에서 “집은 바잉(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리빙(living), 즉 사는 곳이라는 원칙 하에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한다”며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다주택은 기본공제 금액을 축소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해 과세 형평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1세대 1주택 거주 기준 세 부담이 늘어나는 공시가격 25∼30억원 주택. 원의 크기는 해당 가격 구간의 주택 수. 도시연구소 제공
이날 발표된 세제개편안을 두고는 과연 정부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나온다.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였지만, 재산세는 그대로 둔 채 종부세 중심으로 손질해 보유세 정상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도세 중과를 또 유예한 만큼 실제 매물 증가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강성훈 한양대 교수는 “특정 지역의 집값 급등에 투자·투기 수요와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영향을 미친 만큼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재산세 특례를 그대로 둔 채 종부세만 손질한 데는 한계가 있고, 양도세 중과 재유예는 실제 매물과 공급이 늘지 않으면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기 국회에 법안으로 제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