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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잃은 ‘장윤기 수사’

입력 2026.08.03 19:59

수정 2026.08.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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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팀의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장씨 아버지가 광주지역 현직 경찰인 것은 맞지만, 중간 간부급인 경감이 국민 이목이 쏠렸던 강력사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주장이다.

장씨는 지난 5월5일 0시10분쯤 이채원양(17)을 살해했다. 당시 광산경찰서는 용의자를 빠르게 추적, 사건 발생 12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전 11시24분쯤 장씨를 검거했다.

경찰이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장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강력사건 수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에서는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장씨 혐의를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해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장 경감이 아들의 범행 직후 ‘강간 살인’ 핵심 증거들을 인멸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장 경감이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증거를 인멸할 수 있었던 데는 수사팀의 상식 밖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장씨 차량 조회를 통해 아버지가 장 경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무고한 여고생을 살해한 범인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면 경찰은 더욱 수사에 공정성을 기해야 했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경찰 내부에서는 “아버지와 상관없는 범죄”라며 장 경감을 감싸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수사팀은 장 경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수사정보도 알려줬다. 지난해 장 경감과 6개월간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이 수사팀에 있었지만 배제하지도 않았다.

장 경감은 사건 다음날 범행에 쓰인 아들 차량을 넘겨달라고 수사팀에 요구했다. 범행의 중요한 증거였지만 수사팀은 차량을 압수하지 않고 장 경감에게 순순히 넘겨줬다. 장 경감은 혈흔이 묻은 차량을 세차하고 케이블타이를 비롯한 물품들도 모두 정리했다. 장씨 원룸에 있던 훼손된 성인인형 2개는 조각낸 뒤 두 곳에 나눠 폐기했다. 집에 보관하고 있었던 장씨의 고등학교 시절 휴대전화 등도 모두 불태워 없앴다. 모두 ‘강간 목적 살인’의 유력한 증거였다.

장 경감은 검찰에서 “아들의 범행이 성적인 목적과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진술했다. 현직 경찰인 그는 이들 증거가 아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 경감과 수사팀은 전화 통화도 12번이나 했다. 수사팀은 장 경감에게 유치장에 있는 아들과 면회가 가능한지 여부도 알려줬고 그는 아들을 3차례 만났다. 일반인이라면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수사 지휘부는 “특혜를 주거나 혐의를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수사팀이 장 경감에게 수사정보 등을 제공한 이상, 공정성은 이미 훼손됐다.

이양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엄정하게 수사해 딸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라 살인마의 편이었다”고 절규했다.

경찰 내부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수사팀을 두둔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무책임하다. 경찰은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 독점적 수사권을 가지게 된 경찰은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강현석 전국사회부 부장

강현석 전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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