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M에 1000억원 수혈…3년 만기 CB, 주식 전환 땐 지분 16% 넘어
개발 넘어 투자로 협력 확대…기술 종속·우회 수출 기지 전락 우려
KG모빌리티(KGM)가 중국 승용차 수출 1위 기업인 ‘체리자동차’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체리차의 자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신차를 개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중국 자본·기술에 대한 종속과 ‘우회 수출기지로 전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KGM은 지난 2일 ‘KGM·체리차 전략적 투자 계약’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체리차로부터 7500만달러(약 108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KGM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 체리차가 사들이는 방식이다. 3일 공시를 보면 발행된 CB는 3년 만기로, 전량 주식 전환 시 체리차의 KGM 지분(현재 가치 환산 시)은 최대 16.22%까지 높아진다.
이번 투자는 제품 개발 중심이던 두 회사 간 협력을 재무 투자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앞서 두 회사는 2024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이듬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과 중·대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에 관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두 회사는 내년 초 공동개발한 중형 SUV 모델 ‘SE-10’(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전략차종 공동개발에도 착수한다. 자율주행과 로봇, 차량용 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도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양사는 이번 투자 계약을 ‘윈윈’으로 평가했다. KGM은 그동안 SDV로의 전환 등을 위한 연구·개발 여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다. 체리차의 자금 수혈에 더해 신에너지차 관련 기술을 확보할 길이 열린 셈이다.
업계에서도 KGM이 미래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KGM의 내수 판매는 4만249대, 수출은 6만8561대로 총 11만대에 그쳤다.
체리차 역시 KGM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한국 진출 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KGM과의 합작을 통해 일정 부분 줄일 수 있고, 국가별 관세장벽에도 대응하기 쉽다. 장귀빙 체리차 대표이사는 간담회에서 “일부 지역에서 한국과 중국 관세가 다르기도 해서 협력한다면 이런 부분이 도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기업들의 생산 하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유럽 등이 중국산 차량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KGM 평택공장이 체리차 물량을 생산하는 ‘우회 수출기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은 2022년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한 뒤 현재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4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황기영 KGM 대표이사는 “(체리 계열 차량의) 위탁 생산은 현재까지 계획이 없다.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술 종속’ 가능성도 제기한다. 차세대 차량의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등 핵심기술을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 탓이다. 게다가 2004년 중국 상하이차가 KGM 전신인 쌍용차를 인수한 뒤 대규모 투자 약속과 달리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 등 핵심기술만 빼가서 ‘먹튀했다’는 비판을 받은 사례도 다시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KGM이 미래 모빌리티를 만들기 위해 체리차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전기차도 중국 비야디(BYD) 것을 가져다 쓰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KGM의 기술 주도권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황 대표이사는 “경영권 문제는 전혀 없다”며 “이번 투자는 두 회사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투자이지, 경영 참여를 위한 투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체리차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이 최대 16%대에 달하는 만큼, 향후 체리차가 주요 주주로서 경영이나 기술 주도권 행사에 목소리를 높일 경우 KGM이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