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측간의 내부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사찰에서 승려공동체의 생활규범과 수행문화가 반영되어 있는 뒷간(해우소)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순천 선암사 측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사찰의 생활민속을 잘 보여주는 이들 해우소는 건립 시기가 명확하고, 처음 자리와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는 1910년에 건립되었으며, 선암사 측간은 관련 기록과 사진, 상량 묵서 등으로 1920년대 이전 건립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 곳 모두 100년 넘게 원래의 자리와 형태를 지키며 실제로 쓰이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전통 방식의 해우소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어, 이들 해우소는 소멸 위기에 처한 희소성 있는 사찰 생활유산으로 평가된다.
세 해우소는 모두 경사지를 이용해 앞면은 단층, 뒷면은 중층 누각식으로 조성해 통풍과 채광이 잘 되도록 설계됐다. 문 없이 가슴 높이의 칸막이만 두는 개방형 구조다. 눈높이에 맞춰 설치된 살창은 채광·환기와 조망을 함께 고려한 사찰 뒷간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준다.
해우소는 전통 선종사원의 ‘칠당가람(七堂伽藍)’ 가운데 ‘동사(東司)’에 해당하며, 계율서에 사용 규범이 전할 만큼 수행공동체 생활문화의 핵심 공간이었다. ‘해우소(解憂所)’라는 이름 자체도 근심을 내려놓는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분뇨를 왕겨·낙엽 등과 함께 발효시켜 밭의 거름으로 되돌리는 전통 방식은 자원 순환의 지혜를 보여준다.
해우소가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되는 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사찰의 불전이나 탑과 같은 신앙 공간뿐 아니라 수행공동체의 생활문화가 담긴 공간까지 국가유산의 범위를 넓혀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30일간의 예고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선암사 측간 정면. 국가유산청 제공
보덕사 해우소 입구. 국가유산청 제공
보덕사 해우사 배면. 국가유산청 제공
국일암 해우소. 국가유산청 제공
국일암 해우소 배면. 국가유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