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효진 기자
11년간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한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김남헌 PD가 춘천MBC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김 PD는 2011년부터 춘천MBC와 여러 차례 재계약을 맺고 프로그램 연출·조연출, 촬영, 편집 등 제작 업무를 하다가 2022년 1월 프리랜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김 PD는 자신이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됐는데도 서면통지 없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해고를 무효로 하고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기간제법 4조2항은 ‘단서 사유가 없음에도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한다.
1심과 2심은 김 PD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및 기간제법상 ‘무기계약 전환 근로자’로 인정했다. 서면 통지 요건을 갖추지 않은 해고 통보도 무효라고 봤다. 다만 김 PD에게 일반직·업무직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춘천MBC가 지급해야 할 체불임금은 기존 프리랜서 계약에 근거해 6775만원만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체불임금 산정과 관련해서도 김 PD의 손을 들어줬다. 단순히 인사규정상 분류에 따라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을 수 없다’고 볼 게 아니라, 김 PD와 같은 부서에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직·업무직 직원이 존재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김 PD와 동일한 부서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일반직·업무직 근로자를 비교해 보면 실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등에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기간제법 4조 2항에 따라 무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련한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이들에게도 사업장 내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일반직 등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