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재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가구주택, 복수 임차인 위험
임대인에 적극적 자료 요청 필요
등기부등본 확인·보험 들어도
보증금 100% 보장받기 어려워
싼 이유 설명 부족할 때 의심을
“다세대주택인지 다가구주택인지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지난달 28일 만난 김학재 변호사(46)에게 학생들이 자취방을 구할 때 보증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어떤 것들을 확인해야 하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호실당 등기가 이뤄지는 다세대주택은 해당 호실에 다른 세입자가 있을 가능성이 작다. 그러나 건물 전체 또는 층 전체가 통째로 하나의 등기로만 기록되는 다가구주택은 복수의 임차인이 존재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 때문에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그만큼 크다고 했다.
“다가구주택은 한 층에 여러 명의 세입자를 받는 경우는 물론 한 호실을 나누어서 세입자를 받는 이른바 ‘쪼개기 임대’가 많이 이뤄져요. 그래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놔도 보증금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어요. 본인보다 확정일자가 앞서는 세입자나 우선변제권이 있는 소액임차인이 많으면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그들이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거든요. 그래서 본인의 몫이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책 <임대차 분쟁 판례로 끝내기>를 냈다. 학생들이 자취방을 구하다 문제를 겪는 경우를 자주 접한 게 계기였다. 그는 이른바 ‘대학가 변호사’다. 그의 사무실은 서울의 한 대학가에 있다. 학생 시절 이 주변에서 지냈던 경험이 이곳에 자리를 잡게 했다.
“오래된 건물이나 빌라가 많은 대학가 주변의 특성상 이런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나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특히 주머니가 얇은 학생들은 빌라나 고시원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가구주택에서 자취방을 구할 수밖에 없다 보니 보증금을 지키기가 더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했다.
“등기부로 권리관계가 비교적 잘 드러나는 다세대주택에 비해 다가구주택은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떼도 소액임차인을 다 파악할 수 없다”며 “소액임차인은 확정일자 시점과 관계없이 보증금 일부를 먼저 변제받을 수 있어 확정일자를 늦게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결국 임대인이 말해주지 않는 이상 자신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아갈 임차인의 존재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임대인에게 자료나 확인 요구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답변을 구두가 아닌 서면이나 e메일을 통해 받으라고 했다. “사실대로 답을 해준다는 보장은 없죠. 다만 집주인이 거짓 답변을 문서로 만들 경우 그게 나중에 사기죄로 처벌되는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선 쉽사리 거짓 자료를 주지는 못합니다.”
이게 일종의 ‘탐침’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답변서나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가급적 계약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미다. “뭔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예요. 떳떳한 임대인이라면 오히려 먼저 공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요새는요.”
임대인이 법인인 경우, 또 임대 물건에 신탁 등기가 돼 있는 경우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인은 돈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자 등 개인이 대신 책임을 지지도 않아요. 신탁된 물건은 신탁회사가 소유권자라도 보증금 반환 의무는 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당권 설정이 많은 집이라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으니 보증금 회수 가능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등기부등본을 살펴보고,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 발급 현황을 떼어보고, 임대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서면 요구하며, 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전입과 동시에 확정일자를 받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 해도 보증금을 100% 지킨다는 보장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좋은 방은 쌀 리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물건은 ‘물건은 좋은데 가격은 싸고, 싼 이유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물건’이에요. 욕심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