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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한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대구의 지하도 상가에는 4일도 오전부터 노인들이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이 더위를 피해 지하 공간으로 몸을 옮기고 있다.

조금이라도 그늘지고, 무료로 차가운 공기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노인과 쪽방 주민, 노숙인 등 폭염 취약계층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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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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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시설은 눈치 보여”···‘기후 약자’는 오늘도 ‘살기 위해’ 지하로 갑니다

입력 2026.08.05 06:00

수정 2026.08.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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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경열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노인들 지하철 타고 발길 닿는 지하상가로

상인들 “오전 11시에 몰려와 오후 5시에 나가”

“백화점 등 ‘번듯한’ 곳은 미안해서 못 가”

노숙인들도 폭염에 지하로 쉴 곳 옮겨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지하도상가에서 4일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지하도상가에서 4일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한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대구의 지하도 상가에는 4일도 오전부터 노인들이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대구는 이날도 폭염경보가 내렸다.

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지하도상가에서 만난 한 상인은 지하도상가 쉼터에 앉아있는 노인들을 보며 “일레븐 투 파이브(11 to 5)입니더”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11시 전후로 노인들이 쉼터로 몰려와 오후 5시가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지하도상가가 시작되는 지점인 ‘이벤트 프라자’ 인근에는 50여 명의 노인이 빽빽하게 앉아 땀을 식히고 있었다.

이들은 그저 시간을 떼우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신발을 벗고 앉아 부채를 부치며 휴대전화 속 작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이벤트 프라자 내 쉼터는 당초 소규모 공연장으로 조성됐지만 원형 관객석을 가득 메운 건 폭염을 피해 온 노인들 뿐이었다.

한낮에 공원을 돌아다니는 노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소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중구 경상감영공원에 설치된 의자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몇 주 전부터는 아무도 안 나온다.”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던 김태완 할아버지(83)는 “이 날씨에 나오다가는 다들 죽겠다 싶은 거 아니겠나”며 “조금이라도 걸어야 할 것 같아 밖으로 나왔는데 나도 오후에는 반월당 지하상가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서 4일 김태완 할아버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서 4일 김태완 할아버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이 더위를 피해 지하 공간으로 몸을 옮기고 있다. 조금이라도 그늘지고, 무료로 차가운 공기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노인과 쪽방 주민, 노숙인 등 폭염 취약계층이 이동하고 있다.

운영시간 내내 냉기가 가득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은행 등은 피한다고 했다. 서일수 할아버지(72)는 “백화점 같은 곳은 아무래도 ‘번듯한 시설’이라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물건도 안 살건데”라고 말했다.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 지하 2층에 4일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누워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 지하 2층에 4일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누워 있다. 백경열 기자

같은 폭염 취약계층이지만 노인과 노숙인들은 쉬는 공간을 서로 알아서 분리했다.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의 경우 지하 2층 개찰구와 가까운 공간은 노숙인으로 보이는 4~5명이 짐을 곁에 두고 누워 있었다.

바로 위 두류 지하도상가는 노인들로 가득했다. 평상처럼 만들어진 공간에 수십 명의 노인이 더위에 지친 듯 앉아 있었다. 무인카페 등을 찾은 손님의 대부분도 노인이었다.

두류 지하도상가에서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휴식공간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서 노인 뿐만 아니라 노숙인들도 많이 왔는데 노인들이 (노숙인이) 냄새가 난다며 계속 민원을 넣어서 노숙인들이 지하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이후 쉼터로 쓰이던 일부 공간이 미술품 등 전시장소로 바뀌었고, 남은 공간이 노인들의 전용 구역이 됐다.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 지하 1층에 4일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 지하 1층에 4일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예년에는 노숙인들은 더워도 낮에 그늘이 많은 공원 등 야외에도 머물렀는데 올해는 살인적인 폭염이 들이닥치면서 노숙인들도 지하도나 고속버스 대합실 등으로 몸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말 기준 대구지역의 노숙인은 572명(시설 479명·거리 93명), 쪽방주민은 519명이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쪽방주민이나 노숙인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꺼리고 주로 야외 그늘을 찾아 다니는데, 올해는 너무 더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며 “취약계층이 많이 머무는 지역에 대피시설을 보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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