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라 부동산 대응을 주도하고 서울에 집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들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도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4일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안을 바탕으로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세금 변동을 계산한 결과, 세제개편 주무부처 수장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가구가 2년 후 낼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는 약 400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고한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구 부총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를 재건축해 2023년 준공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면적 112㎡에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구 부총리 배우자 소유다.
현재 이 단지는 재건축 후 건축물 대장 미등록 등 사유로 공시가격이 공시되지 않고 있다. 같은 개포동에 있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와 재건축 준공년도가 같고 시세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공시가격을 유추해 보면 구 부총리 아파트는 32억~3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간값인 34억원으로 가정하면, 60세 이상이 받은 연령별 세액공제 등을 고려한 종부세는 올해 703만원에서 2028년 1030만원으로 327만원 늘어난다. 재산세까지 포함한 전체 보유세는 1716만원에서 2109만원으로 393만원 증가한다.
반면 같은 단지에 사는 ‘이웃사촌’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종부세는 50만~60만원 정도만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위원장은 2023년부터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면적 96㎡ 가구를 본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30억~33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구 부총리 아파트와 똑같이 세율이 2026년 1.3%에서 2028년 2.0%로 커지는 과세표준 12~25억원 구간에 들지만, 세 부담 증가는 구 부총리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을 31억5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이 위원장은 올해 719만원, 2년 후 776만원의 종부세를 내게 된다. 보유세는 1667만원에서 1734만원으로 67만원 오른다. 1967년생인 이 위원장은 2028년엔 연령 세액공제 20%를 받아 변동 폭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시가격대가 더 높다면 이 위원장이 부담하는 종부세 상승 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선택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자문을 받아 계산한 결과 약 20만원 차이가 났다.
김 정책실장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래미안 전용면적 112㎡ 가구에 거주 중이다. 2003년 재건축 준공 당시부터 보유했으며 2018년 배우자와 지분 6 대 4 공동 소유로 전환했다. 공시가격은 20억3800만원으로, 김 정책실장 몫이 12억2280만원, 배우자 몫이 8억1520만원이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소유한 경우엔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각각 공시가격에서 9억원을 기본으로 공제받는다. 보유액수가 그보다 적은 배우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고, 김 정책실장만 종부세 53만원을 내게 된다.
문제는 이 경우 ‘1세대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연령·거주기간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김 정책실장은 준공 직후엔 입주를 하지 않은 사실이 과거 국회에서 논란이 된 적 있으나,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늦어도 2015~2017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낼 때부터는 이 아파트에 실거주한 것으로 보인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0~14년(40%) 혹은 15년 이상(50%) 거주 공제를 받을 수 있다. 1962년생으로 2028년엔 65세 이상 30% 공제도 받는다.
종부세법상 1세대 1주택자 특례를 신청하면, 지분율이 큰 김 정책실장이 1세대 1주택자로 분류된다. 연령·거주 공제 최대 80%를 적용받으면 종부세 34만원을 납부하게 되므로 배우자와 공동납부할 때보다 19만원이 줄어든다. 전체 보유세는 534만원이다.
종부세 계산에 사용한 공시가격은 모두 2026년 1월 공시분을 기준으로 했으며, 내년 이후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구 부총리 등의 종부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