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등 계엄 가담 의혹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김건희 여사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 대해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김건희특검(특별검사 민중기)으로부터 수사 범위가 중복돼 ‘이중기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내란특검은 그러나 문제가 없다며 기소를 진행했다. 1심 재판부가 내란특검에 이 사건 수사권이 없다며 공소를 기각한 뒤에는 내란특검과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이 사건 이첩 여부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해 12월9일 박 전 장관에 대한 이중기소 위험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내란특검팀에 보냈다. 두 특검이 박 전 장관에 대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중기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당시 박 전 장관이 김 여사로부터 청탁을 받고 검찰 수사를 무마한 의혹을 두고 김건희특검은 직권남용 혐의로, 내란특검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미 공소가 제기된 사건과 같은 혐의 사실로 별도 기소가 이뤄지면 법원에서 공소기각이 선고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해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 ‘김안방’으로 저장돼 있단 사실이 내란특검 포렌식으로 드러난 이후, 이런 이중기소 위험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내란특검은 검토 요청 이틀 만인 지난해 12월11일 박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종사·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장관의 사건을 하나의 범죄 사실에 여러 죄목이 적용된 ‘상상적 경합’이 아니라, 여러 개의 범죄 사실이 얽힌 ‘실체적 경합’으로 보고 이중기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1심은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다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내란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두고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공소기각된 사건을 종합특검이 이첩 받아 수사·기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두 특검이 정반대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김지미 종합특검보는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박 전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은 이미 종결됐다”며 “사건 이첩이 아니라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란특검은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됐을 뿐 ‘혐의 사건’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송·이첩해 다시 수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여러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가동되면서 수사 범위·이첩 여부를 둘러싼 불필요한 공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 파견 경력이 있는 한 법조인은 “검찰 해체 이후 특검 수사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특검법 입법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