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각 국가에 부과할 상호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약 1000억달러(약 143조원) 규모의 관세를 환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징수액의 약 60%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해방의 날’을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모든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발표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조치로 총 1659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거뒀는데 지금까지 60%를 환급했다.
“수년이 걸릴 수 있다”던 환급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 중이다. FT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무역 분석 업체 캡스톤의 워커 리빙스턴 분석가는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CPB는 현재까지 1280억달러 이상이 환급 처리 대상으로 접수됐다고 밝혀 환급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관세 환급금이 일부 대기업에 귀속될 뿐 비용 전가로 관세 부담을 떠안았던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피해 보상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레그 카사르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FT에 “트럼프는 환급금을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에 돌려주고 있다”며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관세 환급금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아마존은 돌려받은 관세 환급금 6억달러 중 일부를 환불 대상에 포함되는 소비자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페덱스와 UPS도 소비자 환원 방침을 밝혔다. 월마트는 관세 환급금을 상품 가격을 낮추는 데 먼저 쓰겠다고 했고, 코스트코도 소비자 환원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가격 인상분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비자들이 낸 소송에 걸려있다.
법원 패소로 대규모 관세 환급금을 돌려주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관세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강제노동·과잉생산 등을 문제 삼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10~12.5%의 신규 관세를 부과했다. 앞서 연방대법원 패소 직후에는 ‘무역법 122조’를 앞세워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했다. 뉴욕·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25개 주는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법 301조’ 관세가 위법하다며 국제무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미국 기업 2곳도 강제노동 관세 발표 직후 취소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