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연대 공연장에 ‘우리가 나무다’라고 적힌 수건이 붙어 있다. 권동희 작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5일 강원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 “발전소 건설 공사를 중지할 만한 위법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현장을 방문해 사업 추진 과정의 위법성 여부를 한 달간 살펴보겠다고 한 데 따른 결론이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위원회’ 등 풍천리 주민들을 만났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양수발전소 유치와 허가 과정에 사업을 중단할 정도의 절차적 하자나 위법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업 중단 시 3000억원에 가까운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등을 들어 사업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장관은 지난 7월4일 풍천리를 방문해 “여기는 애초에 안 했어야 될 지역 같다”며 “다만 계획 단계라면 (사업을) 안 해야겠지만 현재 단계에서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위법한 의사 결정이 있었는지 아닌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 정도 이내에 하자가 있는지 집중해서 살펴보겠다”며 한국수력원자력에 한 달간 공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이날 주민들은 장관과의 면담 장소인 한강홍수통제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달간 진행된 위법성 검토 결과의 투명한 공개와 사업 백지화를 위한 로드맵 제시 등을 요구한 뒤 면담에 참석했다.
면담 뒤 박성율 강원생태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기후부에서 조사했다는 내용이 주민 입장에서 보면 한수원이 기존에 주장하던 내용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무엇을 조사했다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며 “장관은 주민들에게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했는데, 잘못된 행정을 연속성 있게 추진하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말했다.
풍천리 일대에는 2032년 완공을 목표로 600㎿(메가와트) 규모의 양수발전소 건설이 추진 중이다. 양수발전소는 전력 사용량이 적을 때 하부의 물을 상부로 끌어올렸다가 전력 수요가 많을 때 상부 댐의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일종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시설이다.
주민들은 사업이 결정된 2019년부터 반대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풍천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잣나무 숲이 있는 마을로, 주민 상당수가 잣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 달간 중단됐던 양수발전소 건설 공사는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강부영 기후부 청정전력전환과장은 “앞서 기후부가 한수원에 한 달간의 공사 중지를 요청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청이 없는 경우 한수원에서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