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주문시간 연장’ 해놓고 ‘배송 마감’은 기존시간 고수
물량 늘면서 공간 부족, 그늘 한 점 없는 야외로 밀려나 작업
택배노조 “폭염에 옥외작업 중지? 대책 아닌 눈속임” 비판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야적돼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극한 폭염이 이어지는 와중에 지난 4일 서울의 쿠팡 물류 캠프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온열질환으로 잇따라 쓰러졌다. 폭염으로 작업장 실내 온도가 급격하게 오르는 상태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배송 마감 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야외 작업만 금지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에 따르면 전날 서울 쿠팡 서초캠프, 송파캠프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온열질환으로 잇따라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초캠프에서 일하던 배송 노동자는 오전 중 쓰러진 상태로 동료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서초캠프의 내부 온도는 42도까지 올랐다. 송파캠프에서 일하던 택배기사는 오후 8시 배송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일하던 도중 오후 7시30분쯤 탈진 상태로 응급실로 옮겨졌다.
노조는 “이날 1회전 배송 물량 70여개가 캠프에 도착하지 못했고 그 물량이 2회전에 더해졌으나 오후 8시 배송 마감 시간은 그대로였다”면서 “회사의 물류가 어긋나 생긴 결과를 노동자가 몸으로 메우고, 마감시간에 쫓기며 뙤약볕 아래를 뛰다가 쓰러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폭염과 배송 마감 압박, 장시간 노동이 겹쳐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폭염이 본격화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6일간 전국 7개 지역, 16개 쿠팡 배송캠프에서 79차례에 걸쳐 온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 측정 결과의 86%(68회)가 33도를 넘겼다고 밝혔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사업주가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 장시간 일하는 경우를 폭염 작업으로 정의한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체감온도 31도 이상이 되는 작업장소에서 2시간 이상 작업할 경우 실내·옥외 구분 없이 냉방·통풍장치 설치·가동, 작업시간대 조정 등 폭염 노출을 줄일 수 있는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노조에 따르면 전날 경기 광주1캠프의 야외 작업장 온도는 오전인데도 최고 43.3도까지 올랐다. 노조는 “광주1캠프 노동자들은 지붕 한 조각 없는 땡볕 아래서 분류와 상차를 한다”고 했다. 실내 캠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울산1 염포캠프는 지난달 31일 기준 42.7도, 연암캠프는 42도까지 올랐다.
택배노조는 쿠팡이 고객들의 주문 마감시간을 연장하면서도 배송 마감시간을 그대로 둬 택배 노동자들이 뙤약볕 아래를 뛰다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배송 마감시간을 그대로 둔 옥외작업 중지는 대책이 아니라 눈속임”이라고 비판했다.
배송 물건이 쌓이며 캠프 건물 안에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이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옥외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노조는 “먼저 들어간 기사들이 분류와 상차를 마치고 배송을 나간 뒤에야 자기 차례가 오는데, 그때 들어가서 작업을 시작하면 오후 8시 배송 완료는 이미 불가능하다. 그래서 밖에서라도 먼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2022년부터 지난 6월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온열질환 산재는 총 195건이었으며 이 기간 사망자는 20명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23건, 2023년 31건, 2024년 51건, 2025년 77건으로 해마다 증가했으며, 기록적인 폭염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올해 상반기에는 13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