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6 서울 결혼페스타’ 개막식에서 결혼식 시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솔로 인생을 즐기며 살던 한 후배가 얼마 전 결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에서 집을 구할 방법은 결혼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다. 집값은 치솟는데 대출은 제한돼 있고, 혼자만의 자산이나 소득으로는 도저히 집을 장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서 정부가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각종 대출·청약·세제 혜택을 활용해야 간신히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결혼할 때 남자가 살 집을 마련하고 여자는 세간살이를 준비하는 것이 통례였다. 당시만 해도 수년간 직장 생활로 모은 돈에 부모님의 일부 지원과 대출 등을 더하면 작은 집이나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남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이 가계의 주 수입원이던 가부장적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값이나 전셋값이 너무 높고 맞벌이도 많다 보니 남녀가 공동 부담으로 신혼집을 장만하는 경우가 흔하다.
급감하던 결혼이 몇년 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이 2011년 6.6건에서 2022년 3.7건으로 11년 연속 감소하다 2023년부터 반등해 지난해 4.7건까지 올라갔다. 최근 결혼이 늘어나는 데는 청년들 사이에 주택 구입 등 자산 증식에 결혼을 활용하려는 트렌드가 생긴 것도 한몫한다고 한다.
실제 정부가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주택 관련 지원이 풍성하다. 주택 매입 시에는 디딤돌 대출, 신생아 특례 대출, 전세금에는 버팀목 대출 등 저금리 금융 지원이 있다. 주택 청약 시 신혼부부·신생아 특별공급, 부부 중복 청약 허용 등의 혜택이 있는 데다 매입 임대나 행복주택에 시세보다 싸게 들어갈 수도 있다. 결혼 전후로 부모에게 증여받을 때 1억5000만원까지 비과세하는 세제 혜택도 도입됐다.
금융에서 타인의 자본이나 대출을 지렛대 삼아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레버리지(Leverage)’ 전략이라고 하는데, 요즘 청년들은 결혼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초저출생으로 국가 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결혼이 늘어나고 덩달아 출생아도 증가하는 현상은 기쁜 일이지만 그 배경에 높은 집값이 있다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준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