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루노동조합 소속 건설현장 실내공사 노동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폭염대책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여름철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가 무더위 속에서 일하다 숨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폭염 단계별 작업중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라 강제력이 없다. 여름철 폭염은 일시적 이상기후가 아닌 만큼 ‘더우면 일하지 않을 권리’를 구체화할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5일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온열질환 산재 현황’을 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온열질환 산재는 총 195건이었고 사망자는 20명이었다. 산재 건수는 2022년 23건, 2023년 31건, 2024년 51건, 2025년 77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엔 전남광주 해남군의 한 밭에서 비료를 뿌리던 태국 국적 30대 노동자가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체 온열질환 사망자도 늘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15일부터 전날까지 온열질환 사망자는 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 수를 뛰어넘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경보(체감온도 35도 이상) 때는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 옥외작업 중지’, 폭염중대경보(체감온도 38도 이상) 때는 ‘긴급조치 작업 외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이를 따를 의무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노동부는 지난해 법령을 개정해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사업주가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제 폭염 단계별 작업중지도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스·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은 중앙·지방정부 차원에서 특정 온도 이상이면 옥외작업을 중단시키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있더라도 사업주들은 작업중지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건설 현장은 공기 단축이 이윤과 직결돼 작업을 강행할 유인이 크다. 그런 만큼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쓸 여건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고,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직도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작업중지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전도 중요하다. 제주도가 폭염으로 공사 중단 시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소득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달 도입한 ‘기후보험’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