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이준헌 기자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발표를 목표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단 서울 태릉 등 개발이 더뎠던 기존 택지를 두고 범부처 협력이 강화되는 동시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확보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강경하게 반대를 하고, 인허가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공급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미국·남미 순방에서 돌아온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공개 현안 점검회의 이후 그간 준비한 주택공급 대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날 회의엔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그간 여러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역주민 반대나 연관된 부처의 다른 입장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측면이 있다”며 “(3일 회의는) 결과적으로 대통령께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부처들이 한목소리를 내서 반대 집단을 설득하고 가야 한다’는 취지로 힘을 싣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1·29 대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캠프킴 부지 1만2600가구,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 9800가구, 태릉CC 6800가구 등 국공유지를 활용해 6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천 경마장은 농림부, 태릉CC는 국방부 등 연관된 부처 협력이 필수적인데 지난 3일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관계 장관들을 한자리 모아 ‘한목소리’를 주문하면서 공급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는 게 국토부 전언이다.
국토부는 우선, 신규 택지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국가유산청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택지 신속 혁신단’에서 인허가와 보상, 환경·문화재 영향 등을 통합 검토해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계별 추진이 아닌 병행 추진 원칙을 세우고 진행하고 있어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지마다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정부는 우선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선 1만가구 이상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자만 서울시는 학교 및 주거환경 등을 고려해 8000가구 이상은 안 된다며 양측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과천 경마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대체 부지를 공모해 9월 중 확정할 예정이지만 마사회 반발이 거세다. 마사회는 이전 비용으로만 2조4000억원을 제시하며 각종 세율 감면 등도 요구 중이다. 태릉CC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지역주민이 반발한 핵심 이유였던 북부간선도로 등의 교통혼잡 우려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태릉·강릉 등 조선왕실 묘지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전제한 점도 추후 속도를 늦출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존 택지를 둘러싼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자 결국 그린벨트 해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해제가 가능할지 여부도 논란이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등 그린벨트 내 부지가 후보지로 거론된다.
김윤덕 장관은 지난 27일 부동산 토론회에서 “장관이 된 다음엔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집을 짓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에도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논의하면서 “그린벨트 해제는 죽어도 못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설령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해도 실제 공급까진 시간이 적잖게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3기 신도시가 대표적 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로 택지를 조성한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은 2018~2019년 계획이 발표됐지만 지난해 분양이 막 시작됐다. 계획 발표 후 7~8년이 지나서도 아직 착공하지 못한 곳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