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국가인권위원회 김학자 상임위원,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권 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 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애들은 왜 저러냐’라며 ‘청소년 극우화’ 같은 말로 문제의 원인을 아이들 탓으로 돌려선 안 됩니다. 알고리즘과 수익화 구조, 혐오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온 공론장이라는 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합니다.”
학부모 여미애씨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배재고 응원 구호 논란 등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혐오표현 문제가 이어지자, 국가인권위원회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교 현장 당사자들과 교육 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해 청소년 혐오표현의 실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처벌이나 일방적인 규제만으로는 교실 속 혐오표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여미애씨는 “혐오표현을 국가가 광범위하게 처벌하기 보다는, 사회 전체가 혐오표현을 용납하지 않는 공통의 기준선과 상식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홍승희 서울미동초등학교 교사는 “교실 현장에는 성소수자나 여성, 정치인,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 표현이 만연해 있다”며 “소수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인권교육과 성평등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공항고등학교 신지혜 학생은 “청소년들은 집단 소속감이나 SNS 노출로 인해 혐오표현을 장난처럼 모방하는 경향이 크다”며 “교육청에서 매년 학기별로 혐오표현 실태조사를 실시해 혐오표현 판단 기준과 조치 지침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김태은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총괄과 조사관은 “타자와 자신을 구분 짓게 하는 ‘타자화 교육’을 멈추고, 공적 공간에서 상대방을 대하는 민주시민의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교육 당국도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일은 표현의 자유와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역사·인권·민주시민 교육을 연계한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말했다. 조백기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학생인권옹호관은 “사전 대응 체계가 부재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후반부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석자 간 언성이 높아지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 소속 교사 조영선씨가 “소수자 학생이 당사자로서 활동할 수 없는 학교에서는 혐오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학생인권법 발의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반대 측 참석자들이 반발했다. 한 학부모 참석자는 “아이들의 감정을 강제적으로 억제하는 교육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느냐”며 “요즘 아이들은 우정을 동성애라고 배운다”고 주장을 이어가다 제지당하고 마이크를 회수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