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유명한 누구라도 무명 시절이 있기 마련. 가수 인순이 샘의 백댄서로 출발한 김완선씨. ‘밤이면 밤마다’ 노래가 대히트를 칠 때 김완선은 백댄서로 무대 뒷줄에서 춤을 췄다. 김완선 첫 목소리 녹음은 가수 정광태의 ‘김치 주제가’였대. 가사가 따로 없고, 그냥 ‘짜~’ 소리만 열댓 번 반복. 장차 댄스음악판을 석권할 위대한 가수의 최초 녹음이 “짜~”였다니.
어떤 부부가 오랜만에 분위기 잡으려고 경양식집에 갔대. 틀어놓은 음악이 하도 좋아 음악에 조예가 깊은 남편에게 부인이 물었지. “여봉~ 지금 나오는 이 곡이 뭐야?” “이 고기는 돼지고기 같은데~” 어럽쇼, 짜~ 소리가 절로 나오네. 너무 유명한 인생은 덥고, 너무 무명한 인생은 춥지. 유명해지면 사냥감이 되어 아뿔싸 뜨거운 맛을 보게 돼. 빈 구석이 보이면 무리 지어서 정죄한다. 또 명성에 비해 경제 능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 미혹에 빠지기 쉽지. 유명하다고 돈이 다 달라붙는 게 아냐. 보통 글이나 쓰고 썰이나 푸는 작가군이 그래. ‘먹고사니즘’에 바둥대다가 진흙탕에 빠지지. 멀리 갈 것도 없어. 나도 그간 목구멍에 알량한 풀칠을 하면서 별의별 일에 얽히며 살아왔다. 카멜레온 대변신의 나날이었지. 친절과 미소로 꾹꾹 눌러 참으며 감정노동에 지친 눈주름, 검둥개보다 더 새까맣게 타고 살이 쏙 빠진 얼굴만 남았다. 누가 그러더라. 사업도 잘 풀리고 명망도 생겨서 숨을 좀 쉴 만하면 꼭 오만가지 사달이 생겨난다고. 인생살이가 대체로 그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