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진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온열질환 사망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 건강 취약층은 온열질환을 겪은 뒤 회복되더라도 다양한 후유증과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예방 및 관리가 필요하다.
5일 질병관리청의 ‘2026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결과’를 보면 지난 4일에만 사망자 1명을 포함해 198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이송됐다. 온열질환자 집계가 시작된 지난 5월15일 이래 누적 사망자 수는 21명, 환자 수는 2441명을 기록했다.
온열질환은 인체가 고온 환경을 버티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통상 중증도에 따라 1단계 열경련, 2단계 열탈진(일사병), 3단계 열사병으로 구분한다. 특히 체온이 40도 이상 오르는 열사병이 발생하면 지나치게 올라간 체온 탓에 중추신경계 이상이 생겨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은 온열질환 발생 시 더욱 위험하다. 땀이 나기 시작하는 온도가 젊은층보다 높을 뿐 아니라 노화와 함께 땀 분비량이 감소해 피부를 통해 열을 발산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는 뇌의 체온 조절 중추 기능이 둔해져서 마치 고장 난 온도 조절기처럼 적절한 시점에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갈증을 느끼는 능력도 약해져서 탈수가 상당히 진행돼도 갈증을 인식하지 못해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체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사병은 초기에는 피로감과 식은땀, 두통, 어지러움, 구토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더라도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심각한 신체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고온에서도 오히려 땀 분비가 감소해 피부가 건조해지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면 이미 심각한 단계로 진행됐을 수 있다. 금세 의식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체온의 과도한 상승은 뇌 손상에 따른 후유증까지 남길 수 있다. 뇌는 열에 매우 민감해 체온이 42도를 넘으면 뇌세포가 직접적 손상을 입어 의식 저하가 나타난다.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헛것이 보이는 등의 성격 변화와 이상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일시적으로 열사병을 겪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환자 대부분은 회복되지만, 고령자 중엔 회복이 원활치 못해 기억력·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후유증이 흔하다. 탈수와 혈압 저하로 신장과 심장 기능에도 악영향이 남아 부종과 부정맥이 발생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존에 각종 암을 비롯해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중증·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때도 온열질환으로 병세가 악화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여서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돼 발열이나 심한 탈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기존에 심혈관질환이 있을 경우 폭염에 노출되면 심장의 부담이 커져 협심증·심부전·부정맥 등이 더욱 악화하기 쉽다. 뇌혈관에 문제가 있는 환자 역시 탈수와 혈압 변화가 뇌졸중 위험을 높이며 갑작스러운 마비, 언어장애, 심한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 신장질환자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탓에 소변량 감소나 심한 부종, 의식 변화가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되므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당뇨병 환자도 체내 수분량이 줄어들면 혈당 조절이 더욱 어려워져 급격하게 혈당이 오르내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혈당을 자주 확인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이 발생하면 더운 환경을 벗어나 체온을 낮추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특히 열사병이 의심되면 먼저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긴다. 이어 옷을 최대한 벗기거나 느슨하게 한 뒤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게 젖은 수건을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대고 선풍기로 바람을 쐬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경우 가능한 한 외출을 피하고 실내서도 냉방으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틈틈이 수분을 보충해 온열질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작업장에선 일하는 사람이나 일을 지시하는 사람 모두 온열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고령자라면 ‘더위에 강하다’는 식의 과신은 금물이며 나이가 들면서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