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강윤중 기자
장모씨(19)는 지난달 충남 홍성군의 한 상가 건물 화장실과 계단에서 번개탄에 불을 붙여 방화하려다 다른 사람에게 발견돼 미수에 그친 혐의(현주건조물방화미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뒤 구속됐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살하려고 그랬다”면서도 “잘못한 것 같고 그냥 범행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건물의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구속 송치했다.
대전지검 홍성지청 형사부(부장검사 임홍주)는 지난달 27일 장씨의 구속을 취소해 석방하고 불기소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현장 검증 결과가 결정적이었다. 화재감식관은 화장실 타일에 수분이 많고 계단은 불연재로 마감돼 번개탄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실제 번개탄을 착화 실험한 결과 30㎝ 이하 불꽃이 50초 만에 꺼졌다. 검찰은 장씨가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는 유서를 쓴 점, 방화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 건물주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불기소했다.
오는 10월2일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대검 과수부의 존치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없더라도 보완·재수사 요구나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대검 과수부의 감정·분석 기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 대검 과수부의 명칭을 ‘법과학부’로 변경해 조직·기능을 유지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과수부는 문서·진술·영상과 유전자정보(DNA) 등을 전문적으로 감정·분석해 수사부터 공소유지까지 지원하는 부서이다. 법과학분석과, DNA·화학분석과, 디지털수사과, 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로 구성됐다. 특히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비견될 만큼 세계적인 포렌식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여권 일각에선 대검 과수부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국과수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소청에 과수부를 남기면 우회적인 직접 수사를 하거나 향후 수사권 부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의심한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대검 과수부, NDFC가 존치된다면 검찰청이 간판만 바뀌었을 뿐 이전의 직제, 인력 등이 그대로 유지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금지되면 기소에 필요한 증거 수집이 약화하기 때문에 증거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판단한다. 재판 단계에서도 증거 조사가 더욱 치열해져 심리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영상·음성의 진위 검증은 더욱 중요해졌다.
전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는 피의자, 사건관계인, 사법경찰관 외에도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검찰은 대검 과수부 인력은 검찰수사관이 아닌 연구관, 연구사, 감정관 등이어서 전문가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검찰은 대검 과수부를 국과수와 통합하는 안에 대해선 검사가 국과수 감정 결과를 ‘교차 검증’해야 감정의 신뢰도가 상승한다며 반대한다. 실제 2022년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국과수가 DNA 증거를 찾지 못해 가해자는 살인미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대검 과수부가 DNA 검출에 성공하자 형량이 높은 강간살인미수로 혐의가 변경돼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대검 한 간부는 “공소청은 경찰과 중수청은 물론 특별사법경찰까지 모든 수사를 통제해야 한다”며 “검사들이 증거에 대한 검증 없이 수사기록만 믿고 기소하거나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