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공화국에 오신~’ 발간한 임호균 변호사
“생활 법률 지식 몰라 고소·소송 가는 일 빈번”
‘지급명령 신청·가압류·내용증명’ 3종 가장 유용
전제는 ‘기록과 증거’···민생 사건 승패 갈라
임호균 변호사가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용필 기자
프리랜서 사업자는 대금을 못 받아도 노동 당국에 구제 신청을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대금 청구 소송을 벌이기엔 변호사 비용이 부담된다. 방법이 없을까?
지난 4일 만난 임호균 변호사(35)는 “변호사 없이도 떼인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며 “다만 몇 가지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최근 책 <고소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냈다. 고소를 부추기는 책은 아니다. 고소하지 않고도 권리를 지킬 방법들이 소개됐다.
“생활에 필요한 법률 지식은 그렇게 복잡하지도 방대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걸 몰라 대응을 못 하다가 결국 고소나 소송까지 가게 됩니다. 한 해 평균 고소 건수가 50만 건에 달해요. ‘고소 공화국’이 탄생한 이유는 법에 대한 ‘지나친 무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영세사업자나 프리랜서 등의 경우 소송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변호사를 쓰지 않고도, 고소나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권리나 대금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지급명령 신청, 가압류, 내용증명’ 3종 세트죠.”
우선 지급명령 신청은 채무자에게 ‘대금이나 대여금을 돌려주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다. 민사재판 절차 중 하나지만 통상의 소송과는 다르다.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변호사도 필요 없다. 증거와 신청서를 본인이 제출하면 법원이 이를 검토해 명령을 낸다.
“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 즉 발주자가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명령이 확정되고, 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됩니다. 이의를 제기할 경우 소송으로 전환되지만 그때 변호사를 선임해도 늦지 않아요.”
다만 그게 끝은 아니라고 했다. 판결이나 명령대로 순순히 돈을 내어주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확정된 명령서나 판결문을 근거로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하셔야 해요. 발주자 즉 채무자의 부동산, 자동차, 예금, 채권 등을 압류하고 처분해 거기서 나온 돈으로 빚이나 대금을 받아내는 거죠.”
판결이나 명령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압류도 있다. ‘가압류’다. “소송하는 동안 채무자가 빚 갚는데 필요한 재산을 빼돌리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가 ‘가압류’에요. 그래서 소송을 내기 전에도 할 수 있어요. 본인이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그런데 못 받았다는 점, 지금 그 재산을 잡아두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을 소명하는 자료를 첨부하면 돼요.”
그는 이 역시 채무자에게 압박이 된다고 했다. “통장의 예금을 가압류하면 통장의 돈을 인출하기가 어려워져요. 사업에 차질을 빚죠. 그게 불편해서 그냥 대금을 돌려주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때론 내용증명만 보내도 해결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내용증명 자체에 지급을 강제하는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이 세 가지 모두 전제는 기록이나 증거라고 했다. “지급명령과 가압류를 신청하려면 계약서·메시지·세금계산서 등 채권의 존재와 미지급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는 그래서 ‘종이 한 장’, ‘카톡 한 줄’ 남기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용증 한 장, 계약서 한 장이면 가장 좋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카카오톡 한 줄이라도 남겨두세요. ‘언제까지 얼마를 주시기로 했죠?’라는 메시지 하나가 나중에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임 변호사는 결국 민생 사건은 법리보다 증거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소도, 소송도, 지급명령도 결국은 증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성인들의 세상에서는 신뢰를 지켜주는 것도 결국 증거입니다.”
다만 그는 증거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법적 대응이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
“잃을 게 없는 상대를 상대로 소송을 해봐야 받아낼 재산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법은 권리를 지키는 수단이지, 상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기 위한 도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