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밤 폭발물을 실은 드론이 발견된 후 5일 독일 동부 슈케우디츠에 위치한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 우크라이나의 ‘안토노프(Antonov)’ 화물기가 계류돼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공항의 우크라이나 화물기 인근에서 발견된 폭발물 장착 무인기(드론)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이 유럽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이 공항에 나타나는 것은 새로운 위협 시나리오”라며 “우리는 전문적인 하이브리드 공격 시나리오에 직면해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아르민 슈스터 작센주 내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매우 심각한 안보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가짜 뉴스, 테러 등 비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한 복합적 안보 위협을 일컫는다.
전날 자정쯤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폭발물이 탑재된 드론이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항공기 인근에서 발견돼 수사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이 여파로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되며 여러 항공기가 회항했다. 당시 공항에서 이륙해 상승하던 DHL 화물기는 또 다른 비행 물체와 충돌해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
독일 안팎에선 최근 유럽 국가들의 공항·군사 시설·항만 등에서 발견된 드론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의 배후에도 러시아가 있으리라 의심하고 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2024년 이후 유럽 공항과 주요 군사 시설 등 유럽 전역에서 집계된 144건의 드론 침입 사건 대부분이 러시아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번 사건과 달리 폭발물이 탑재된 드론은 없었고 대부분 정찰 및 감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봤다.
올렉시 마케예우 주독일 우크라이나 대사는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러시아가 아니면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도브린트 장관은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외국 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도 않았다.
폭발물과 드론에서 드러난 전문성도 러시아 배후설에 힘을 싣고 있다. 도브린트 장관은 “아마추어적인 접근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며 사건 배후자가 “폭발물 처리와 관련해 높은 기술적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보안 당국 관계자들은 “러시아와의 연관성이 현재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 조사 결과 러시아의 소행으로 밝혀지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해온 유럽과 러시아 관계가 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긴장도 고조될 전망이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군사 지원국 중 하나다.
독일 등 유럽의 안보 체계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공항에서 2024년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되는 화재 사건을 겪고도, 이번 드론의 무단 진입·비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전략 공수 국제 솔루션(SALIS) 작전 기지이자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항공기의 정비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 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는 앞서 유럽 등지에서 발견된 드론에 대해서는 연관성을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