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의 모습. 김태욱 기자
지난 5일 오후 찾아간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화훼마을’. 마을로 들어서자 펄펄 끓는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날 서울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다. 비닐하우스집 지붕에는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 검은 차양막이 줄줄이 널렸다.
집 대부분은 비닐하우스에 스티로폼이나 합판 등을 덧대 만든 구조다. 검은 차양막이 열까지 흡수하다보니 바깥보다 집안이 더 덥기 일쑤다. 마을 자치회 총무인 현순복씨(72)의 집은 40분 넘게 에어컨을 틀어도 실내온도가 32도 수준이었다. 현씨는 “우리 집은 그래도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라며 “에어컨이 없는 집들은 아예 찜통”이라고 했다.
현씨의 말대로 인근 A씨의 집 사정은 더 심각했다. 에어컨이 없는 A씨의 집은 햇볕을 받아 온실처럼 달궈졌다. 집에 들어서자 후끈한 바람이 밀려왔다. 실내온도를 측정하자 40도를 오르내렸다. A씨는 현관문을 열어둔 채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화훼마을 주민자치회 총무 현순복씨(71) 집이 지난 4일 에어컨을 40분 넘게 틀어도 실내기온이 32도에 육박하고 있다. 김태욱 기자
화훼마을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서울시 내 정비 사업 과정에서 밀려난 주민들이 화훼용 비닐하우스를 지어 주거지로 사용하면서 형성됐다. 현재 약 70여가구, 100~110여명의 주민이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송파대로, 헌릉로 등 대로로 둘러싸여 흡사 ‘교통섬’을 연상케한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의 열기가 사방에서 마을로 몰려든다. 주변에 녹지도 변변찮아 폭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입지를 가졌다.
마을에는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마을회관이 있다. 그나마 대형 에어컨이 있어 주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올 4월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이 임시로 거주 중이라 밤늦게까지 주민들이 머무르긴 어렵다. 현씨는 “다른 주민들이 눈치껏 저녁 시간쯤에는 피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에어컨이 없는 화훼마을 주민 A씨의 집의 실내온도가 지난 5일 41도를 넘겼다. 김태욱 기자
소방청은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전국 소방관서에 폭염으로 인한 화재위험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곳은 화재 위험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곳이다. 올 봄 화재 이후 마을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되긴 했지만, 비닐하우스가 밀집돼 있다보니 작은 불도 금세 큰 불로 번질 수 있다.
주민 대부분은 취사용 연료로 액화석유가스(LPG)를 쓴다. 가스통 주변에는 목재와 비닐 천막 등 불타기 쉬운 소재가 널려 있다. 가스통은 맨손으로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가스통 옆 지표 온도를 재보니 42도를 웃돌았다. 지난번 화재로 불탄 주거용 비닐하우스 2채와 창고 2동은 정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지난 4월 화재 피해를 당한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 내 한 주택이 지난 5일 정리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김태욱 기자
정부와 서울시 등은 지역 재개발이나 주민 이주 문제 등을 놓고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이곳이 자연녹지지역인데다 주민들이 법적으로 ‘무단 점유’ 상태에 있다보니 30년 가까이 논의에 별 진전이 없다. 마을 앞 길건너편에는 몇해 전 위례신도시가 들어섰다. 마을 부지가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고, 토지 보상 문제 등이 얽히면서 마을은 신도시 개발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주민들은 이곳 문제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씨는 “구룡마을 등 다른 쪽방촌에 비해 우리 마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리 마을 문제는 여전한데, 자연스레 잊히게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