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선 김민석·정청래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차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 아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송영길·정청래·김민석 후보(기호순) 간 공방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승부처로 지목되는 호남(11~14일)과 서울·경기(12~15일) 권리당원 투표가 다가오면서 편가르기·인신공격·네거티브가 격화하는 양상이다. 노선이나 철학, 정책 같은 말은 사치스럽게 들릴 지경이다. 국민은 유례없는 폭염과 집값 상승, 주가 급락 등으로 시름에 젖어 있는데 집권여당 당권 주자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선출된 당대표가 당당하고 소신 있게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청래·김민석 후보는 6일에도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과 ‘대통령 흔들기’를 소재로 공방을 이어갔다.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전날 열린) 2차 TV토론으로 게임 끝났다. 김 후보는 신천지 (의혹 제기의) 근거를 못 댔다”며 “허위신고는 방화범 못지않은 나쁜 사람이다. 나쁜 사람 뽑지 말자”는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명·청 대전이 없으면 뭐 하러 총리를 그만두고 나왔겠느냐”면서 “정 후보가 대표가 되면 가장 중요한 메가프로젝트 등 모든 것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측은 상대방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김 후보가 계파 행위를 한 친청계 최고위원들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하자, 정 후보도 신천지 의혹을 제기한 김 후보를 제소하겠다며 맞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는 초반부터 ‘적통’ ‘자기정치’ 논란, 상대방 전력에 대한 ‘파묘’ 등 민생과 무관한 이슈로 일관했다. 첨예한 현안인 형사소송법 개정도, 부동산 정책도 논쟁 대상이 되지 못했다. 뒤늦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긴 했으나 이 또한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 소재가 아니라 공격의 불쏘시개로 소모되는 인상이 짙다. 인공지능(AI) 전환 등 미래비전을 둘러싼 진지한 논쟁은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모두 차기 총선 공천권 확보라는 정파적 이익에 몰두할 따름이다. 그러니 지난 1~2일 첫 순회경선 투표율이 지난해 임시 전당대회 투표율보다 낮아진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 당권 경쟁이 사생결단식 양상으로 치닫자 ‘전대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윤건영 의원이 “당장 오늘 이기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집안의 기둥뿌리까지 뽑아놓는 느낌”이라 했는데, 지나친 말이 아니다. 후보들은 명심해야 한다. 당이 있어야 당대표도 있다. 당대표 되고 나서 당이 사라지면 무슨 소용인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지금이라도 자제하는 태도를 보여야 옳다. 먼저 자제하는 쪽이 눈 밝은 국민과 당원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주권자의 수준을 얕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