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있는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관리하는 공공임대주택 단지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올해 재개발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에서 주거취약계층 가점제를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개발임대주택은 재개발로 주거지를 잃은 철거세입자에게 우선 공급한 뒤 남은 공가를 저소득계층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SH공사가 주거취약계층 가점제를 없앤 것은 ‘저소득계층 주거 안정’이라는 공공임대주택 본래 취지를 망각한 것이다.
SH공사는 지난달 30일 총 155개 단지, 3421가구 규모의 ‘2026년 재개발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청약저축 납입 횟수, 서울시 거주 기간 등 두 가지만 가점 사항이라고 안내했다. 지난해까지 사회취약계층(생계·의료급여 수급자, 한부모가족, 북한이탈주민, 차상위계층 등), 건설 일용직 노동자, 중소 제조업 종사자, 아동·노인 부양가구 등에 가점을 부여하던 것을 올해부터 없앤 것이다. SH공사는 기존 가점 체계는 나이와 세대원 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여서 저소득 청년층과 1인 가구 등 다른 계층에게도 입주 기회를 주기 위해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높아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5가구 모집에 15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린 단지도 있었다. 경쟁률이 높은 만큼 가점이 입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공고대로라면 주거취약계층은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자체 특성에 맞게 가점 체계를 손질할 수 있다곤 하지만 이번 개편은 주거취약계층을 우선 배려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 배분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청약저축 납입 횟수, 서울시 거주 기간이라는 가점 항목에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담을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공공임대주택은 치솟는 집값, 임대료 때문에 안정적 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이다.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주거취약계층이 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가점 체계를 짜는 게 마땅하다.
SH공사는 이제라도 기존 공고를 철회하고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가점을 되살린 공고를 내야 한다. 다양한 계층에게 입주할 기회를 주고 싶다면 기존 주거취약계층의 몫을 줄일 게 아니라 예산을 늘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