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을 살리고, 세계로 넘실대는 K문화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정책’을 담아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보고에서 나와 같은 예술인이 안심하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사회안전망 조성과 기초예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강조한 점은 무척이나 반갑고 인상적이었다.
눈에 띈 대목은 예술인에게도 일반 직장인 수준으로 상해, 질병, 노후 등 삶의 위기에 대응할 사회보험 지원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프리랜서 예술인에 대한 단편적인 지원은 존재했지만, 포괄적인 사회안전망에서는 늘 사각지대 속에 놓였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고에서 논의된 것과 같이 산재보험과 국민연금 같은 제도적 사회안전망을 속도감 있게 확충하는 것은 예술인들이 불안감을 털어내고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다.
예술인으로 활동하려는 청년 창작자들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직업을 병행하며 어렵게 예술 활동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에서 예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대와 함께 청년 창작자를 위한 집중적인 지원은 젊은 예술인이 생계 걱정 없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기초예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약속도 뜻깊다. 창작은 기초예술이 핵심임에도 그간 예술인들이 체감하는 지원의 폭에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또 수도권과 지역 간 창작 환경 격차가 심화하면서, 역량 있는 젊은 예술인들이 정든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문화예술 현장에서 시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런 점에서 전 장르에 걸친 창작 지원 확대와 지역의 신진·유망 예술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은 더없이 환영할 일이다.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우리 예술이 지속적으로 튼튼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래 관객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공연 등 예술 교육과 체험 및 감상 기회를 대폭 늘려야 한다. 공연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장르는 현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좋은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것만큼이나 그 작품들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유통·향유의 통로를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창작 동기를 부여할 뿐 아니라 예술이 스스로 성장하고 순환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한국어가 아시아권 최초 공식 언어로 선정되고, 한국 공연이 9편이나 공식 초청됐다. 한국어 기반 우리 공연예술이 국제적인 축제의 중심 주제로 조명받았던 무척 설레는 이벤트였다. 앞으로도 우리 작품을 정례적으로 해외에 소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한다면, 우리 예술의 지평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대내외적 환경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막막한 요즘, 문화예술은 우리에게 삶의 활력소이자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위안이 돼준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업무보고를 계기로 더 많은 창작자·예술인이 자부심을 갖고 예술에 종사할 수 있기를, 나아가 이러한 변화가 우리 문화예술의 토대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