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농지보다는 태양광 사업이 훨씬 더 효율이 높지 않습니까”라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말했다. 송배전망만 제대로 갖추면 “농사를 짓기 어려워 서울로 떠났던 사람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태양광 농사’를 지으며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나는 그가 지역소멸의 역학도 에너지 전환의 본질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다. 핵산업과 화석연료를 줄이고 분산형 전력체계를 만드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은 태양광이 아니라 농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드러나는 개발주의였다. 농민의 자녀인 나는 농업을 낭만화된 이야기로 말할 수 없다. 농민은 기후위기 시대 생존권 투쟁의 최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폭염과 폭우, 가뭄과 병해충을 온몸으로 감당한다. 오랫동안 화학비료와 농약, 대규모 단작과 개발 중심의 정책 속에서 생태계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유지돼온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전환을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지금 농지를 포함한 지역의 토지들은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용 토지로 바꾸려는 이해관계에 직면하고 있다. 농지는 기후위기 심화 속에서 강화해야 할 먹거리 인프라의 근간이자, 물을 머금고 생물다양성을 품는 생태계이며, 사람과 다른 생명이 함께 삶을 이어가는 터전이다. 이 때문에 농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경제적 생산성 문제가 아니라 생명 문제로, 먼 시간 이후의 사회까지 고려하는 문제로 확장돼야 한다. 이러한 생태적 감각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태양광 사업의 대상지로서 농지는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토지로, 도시 밖 비어 있는 공간으로 먼저 이해된다. 이러한 감각은 이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이어진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재생에너지 100GW 확대, 대규모 송전망 구축, 에너지저장장치 확충,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공급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호남의 태양광은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해 송전망을 늘리고, 반도체 공장에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공급하며, 물 관리 체계 역시 산업 수요에 맞게 개편될 것이다.
태양광 부지가 된 농지, 송전선이 지나가는 경과지가 된 마을, 산업용수 공급원이 된 강, AI 산업을 위한 물 저장고가 된 댐… 이때의 지역은 살아 있는 공동체라기보다 국가 성장전략을 떠받치는 기반시설이자 부담을 전가할 외부에 불과하다. AI 산업에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지 묻는 일에는 낙관화된 시각만 제시하면서, 그 수요를 무리하게 충족하는 데 드는 농지와 마을과 생태계의 희생은 너무 쉽게 전제된다.
에너지 전환은 필요하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어떤 전환이란 말인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전환은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다. 전환은 지켜야 할 것을 확인하고,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를 함께 결정하는 과정 그 자체여야 한다. 산업이 생태적 한계 안에서 조정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전환이 끝내 지켜야 하는 것은 전기의 양이 아니라 땅과 물과 생명들이 오랫동안 맺어온 관계이다.
윤은성 시인·기후생태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