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지는 않지만 젓가락 없이 밥을 먹는 이들은 많다. 비닐 뜯어 바로 입으로 가져가는 빵이나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 그중 돈과 시간 모두 모자란 청년들이다. 지난 5일 질병관리청에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식생활평가지수를 보면 100점 만점에 58.6점으로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 점수가 더 낮다. 전통적인 식습관이 잡혀 있는 70세 이상 노년층이 66.1점으로 점수가 높고, 19세에서 29세 사이 청년들은 50.3점으로 가장 낮다. 청년들이 잡곡과 나물, 신선식품은 좀 더 먹고, 단짠단짠한 기름진 음식은 줄여야 한다는 상식적인 결과지만 예습 복습 철저히 하라는 빤한 잔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는 학교와 부모가 챙겨주는 식사를 하지만 청년들은 혼자 지내거나 생활 리듬이 바뀌어 끼니를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하는 생활로 떠밀린다. 알아서 할 나이라지만 먹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혼란스럽고 여력이 가장 없는 때가 20대다.
빠듯한 돈 문제가 크지만 어깨너머 음식을 배운 경험도 적다. 봉지 콩나물 시대에 콩나물 다듬을 일도 없고, 전자레인지만 돌려도 뚝딱 한 끼가 차려지는 시대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식생활교육을 하면 스스로 영양섭취상태를 점검하고 음식에 대한 지식도 늘며 농촌과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스스로의 식습관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포토보이스 기법이라 하여 자신의 끼니 사진을 기록하고 제목을 붙여두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다만 삼각김밥과 컵라면 사진만 연달아 찍혀 있다면 이는 취향이 아니다.
대학교에 ‘천원의 아침밥’을 도입한 이유도 쌀 소비 촉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청년들의 건강이 사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식생활교육지원법이 만들어지고 생애주기에 따라 지속 가능한 식생활교육을 한다면서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생활교육은 유명무실하다. 몇몇 대학교에서 음식 과목이 형식적으로 개설되었을 뿐, 조리 실습이 받쳐주지 않아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한림대학교가 개설한 ‘음식으로 행복한 대학생활 만들기’(음행대) 사례가 가장 주목할 만하다. 식품이론과 영양 수업을 기본으로 칼과 불을 직접 다루는 조리 실습까지 결행한다. 식재료의 출발인 농어업 생산자를 직접 만나는 현장학습도 연결한다.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해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김장도 직접 담가 수육을 삶아 먹기도 하고 춘천의 대표 음식인 닭갈비도 만든다. 다양한 세계 요리를 직접 하면서 이주민 이웃들의 세계와도 마주한다. 음행대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너무 빨리 마감되어 수업을 더 늘렸으면 좋겠다 아우성이다.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포획하는 시대여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 만들어주고 느낀 점을 적는 기말고사는 오로지 학생들 자신들만의 것으로 남을 것이다. “음식을 함께 만들고 조원들과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화려하지 않은 고백에는 음식이 무엇인지 꿰뚫는 통찰이 담겼다. 제 땅과 바다에서 난 산물을 칼과 불로 음식으로 만들어 함께 먹는 일은 인간사의 근본이다. 근본이 무너져가는 시대에 시간과 장소를 애써 마련하는 일, 이것은 왜 교육이 아니란 말인가.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