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 수사권이 폐지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미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연 국무회의를 통해 법률안을 의결했다. 검찰개혁의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보완수사권’ 문제로 논란을 거듭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수사와 기소의 엄격한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은 큰 고비를 넘게 되었다.
법률에 맞게 시행령도 고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제대로 출범할 수 있게 하는 등 후속 작업도 만만한 일은 아닐 거다.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10월 이후에도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다. 특히 구체제를 옹호하는 세력의 의도적인 반발과 흑색선전을 포함한 도발도 감내하기 쉽지 않을 거다. 개혁에 따르는 진통치고는 고약한 대목도 적지 않을 거다. 그래도 국민의 이익이 어디 있는지 헤아리며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
검찰개혁을 마무리해도, 남는 숙제는 여전하다. 보완수사권 논쟁 때도 제기되었던 것처럼 “그럼, 경찰은 믿을 수 있냐?”는 의문이 남아 있다. 대표적 수사기관으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갖췄는지, 권한에 맞는 감시와 견제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 챙길 게 많다. 아무리 경찰을 공룡 또는 괴물이라 불러도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에다 형집행권까지를 한 손에 틀어쥐었던 검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초라한 권한만 지녔을 뿐이지만, 그래도 시민 입장에서는 막강한 조직임에 틀림없다. 경찰을 향한 의혹의 시선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강도 높은 경찰개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
2003년 경찰혁신위원회,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 등 다양한 시민참여형 논의와 학계 연구로 여러 경찰개혁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민주당이 토론회 등을 통해 챙겨본 개혁안도 한둘이 아니다. 당장 시행할 수 있을 만큼 논의 정도나 정책적 완성도가 높은 개혁 방안도 꽤 많다. 그래서 문제는 경찰개혁을 제대로 진행할 정부·여당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가장 확실한 경찰개혁은 경찰에 대한 이중삼중의 감시와 견제 장치를 만드는 거다. 경찰은 국가경찰위원회라는 안전장치를 두었지만, 국가경찰위원회는 사무 전반을 경찰청에 맡기고, 유일한 상근자인 상임위원은 언제나 치안정감 계급까지 올랐던 전직 경찰관이 맡아왔다. 일종의 알리바이 조직이 된 지 오래다. 경찰에 기댄 지금의 국가경찰위원회 구조로는 경찰을 실효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경찰청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경찰청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했을 뿐이다.
경찰전담 감시기구 설립, 자치경찰제 시행과 경찰관 노조 설립 등 몇 가지 조치만으로도 경찰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다. 경찰전담 감시기구는 100명 남짓의 인원만으로도 14만 경찰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독일 연방군대 옴부즈만도 60명밖에 안 되는 인원으로도 18만5000명의 현역 군인과 8만1000명이 넘는 군대 소속 민간 직원 등 26만6000명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조사권과 감찰권만 지니고 있어도 경찰에 대한 통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치경찰제 시행은 대통령의 경찰을 지역주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기본적 개혁과제이고, 경찰관 노조도 경찰관이란 이유만으로 노조를 결성·가입할 권리마저 차단당했던 후진국형 잔재를 벗어나자는 헌법적 원익을 확인하는 문제다. 자치경찰제, 경찰관 노조는 모두 정상화 측면에서 진행해야 할 너무 늦은 과제일 뿐이다.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누고, 내부에 노동조합이라는 강력한 견제 수단까지 갖추면 경찰개혁은 대체로 마무리할 수 있을 거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을 마무리해도 남은 숙제는 있다. 한국은 진작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온갖 사회적 분쟁과 갈등을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전체주의적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아쉽고 답답한 일이다. 기초질서 위반 등 경미사건을 비범죄화하고, 단순 채무불이행을 사기범죄로 둔갑시키는 등 민사사건의 형사화를 막아야 한다. 국가형벌권이 원칙대로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국가작용에서 형사적 제재를 맨 뒤로 빼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치안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범죄라고 볼 수 없는 기초질서 위반행위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그래서 그게 검찰이든 경찰이든 국가형벌권을 앞세워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검찰개혁, 그리고 경찰개혁을 넘어서자. 국가형벌권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때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묶어두는 개혁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국민주권정부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