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밖은 찜통, 나갈 엄두 안 나”
점심·휴식 ‘짧은 피서’ 새 트렌드
여의도·잠실 등 쇼핑몰은 북새통
극단적인 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즐기는 ‘몰캉스’(쇼핑몰+바캉스)가 직장인 사이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진 6일 점심시간이 되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에는 양복 차림에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오락기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이곳 지하 3층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뉴트로 게임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테트리스’ ‘보글보글’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고전 아케이드 게임기와 ‘펌프’ ‘이니셜D’ 등 체감형 게임기가 30여대 설치됐다. 이용료는 받지 않는다.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몰려들면서 매일 만석이다. 임가희씨(24)는 “밥을 먹고 팀원들과 모여 가볍게 한판씩 즐기곤 한다”며 “오락 결과로 커피 내기도 하면서 점심시간에 재밌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바로 옆 ‘더현대 서울’ 백화점도 직장인으로 가득 찼다. 여의도역에서 IFC를 거쳐 더현대 서울까지 이어지는 지하통로는 폭염을 피해 식사와 휴게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주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A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바깥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며 “건물 내부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아예 음식을 배달해 먹는 편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IFC몰 내 한 식당 직원은 “평일 점심 손님은 90% 이상이 인근 직장인”이라며 “올해 폭염 때문인지 직장인 손님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월드몰도 인근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 역시 잠실역(2·8호선) 지하통로로 모두 연결돼 몰캉스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쇼핑몰에 입점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포장하던 B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무조건 같은 건물이나 지하로 연결된 실내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편”이라며 “매장에서 먹고 가기엔 사람이 너무 많고, 밖으로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아서 포장해 사무실에서 먹으려 한다”고 했다.
식사 후 시원한 지하공간을 걸으며 산책을 즐기거나 쇼핑몰을 둘러보며 눈요기할 수 있는 것도 몰캉스의 장점이다. 이날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한 유명 유튜버의 팝업스토어 앞에서는 도마뱀과 반딧불이를 구경하려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C씨는 “아이가 도마뱀을 좋아해서 평소 관심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이런 곳에서 도마뱀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