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구축…미와 최종 합의에 이목
해협 통제권 굳히려는 이란, 화물 가액 ‘7% 수수료’ 요구
통행료·서비스료 부과할 수 없어
선박 감독 부대비용 청구 가능성
종전 급한 걸프국도 ‘합의안 지지’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임시 항로 구축에 합의했다. 양국이 마련한 60일 시한의 임시 합의안 초안에는 이란의 항로 통제권을 인정하되 통행료는 부과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물 가액의 5~7% 수준의 수수료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최종 합의 성사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이란과 오만이 임시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은 “제안된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주요 고려 사항과 합의점을 담은 양국 공동성명이 현재 검토 및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합의는 이란과 오만, 국제해사기구(IMO)와 미국이 공동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합의안에 이란 측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이 명시됐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페르시아만으로 향하는 선박은 이란 측 항로를, 해협에서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선박은 오만 수역 내 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이 담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 중 이란 근해의 진입용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에 대해 이란이 통제권을 갖게 되는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지금껏 이란에 제시된 양보안 중 가장 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이번 합의안에 통행료나 수수료가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WSJ는 “이란은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에 대한 감독권을 갖게 되지만 통행료나 서비스 수수료는 부과할 수 없다”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이란이 통제권을 행사하며 발생할 수 있는 검문·안전관리 등 부대비용은 청구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번 합의 역시 60일 기한을 둔 점, 이란·오만이 합의한 임시 항로가 2~4개월 운영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후 통행료 부과 체계가 추가 논의될 수 있다.
실제로 수수료 수준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로이터는 이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선박 화물 가액의 5~7%, 오만은 약 3% 수준의 수수료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배럴당 약 80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200만배럴 초대형 유조선 한 척당 대략 1120만달러(약 160억원), 전쟁 이전 수준의 통행량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1000억달러(약 142조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물 가액의 20%를 ‘안전 비용’으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걸프국의 투자 제안을 이유로 하루 만에 철회했다.
이란과 오만의 합의안에 일부 걸프국들이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닉 시프린 PBS 기자는 이날 엑스에서 “이론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수입 물자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걸프협력회의(GCC)의 동조는 놀라운 것”이라며 “GCC가 종전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협 개방에 신중하게 임할 가능성이 크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차관은 “오만과의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떠한 외세의 개입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번복할 수 없는 기정사실로 굳힌 뒤 미국과 후속 협상을 이어가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합의하고 싶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설하면서 “합의를 하고 싶다. 사람들을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은 한 중동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과 오만이 7일까지 합의에 도달할 확률은 “50 대 50”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