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이용백 해외전 호평… 조선시대 그림 재조명 열풍

유인화 선임기자

전문가들이 본 2011 미술계

2011년 한국 미술의 최대 성취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우환 작가의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를 첫손에 꼽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공식, 삼성미술관의 활동 재개, 조선 미술의 신드롬 등이 주요 이슈로 지목됐다. 미술 분야 전문가 10명의 설문을 토대로 올해 미술계의 5대 이슈를 짚는다.

■ 한국 미술의 성취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이우환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무한의 제시(Making Infinity)’가 열렸다. 세계 최고의 작가들에게도 쉬 문호를 열지 않는 구겐하임미술관이 초청해 이뤄진 것이다. 구겐하임에서 아시아 작가의 전시가 열린 것은 백남준과 중국의 차이궈창(蔡國强)에 이어 세 번째였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뜨거운 미술시장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자리였다.

위쪽부터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을 가진 이우환 작가가 작품 ‘Dialogue(대화)’를 완성하기 위해 붓작업을 하고 있다.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단독작가로 참가해 세계 컬렉터들의 러브콜을 받은 이용백 작가.

위쪽부터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을 가진 이우환 작가가 작품 ‘Dialogue(대화)’를 완성하기 위해 붓작업을 하고 있다.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단독작가로 참가해 세계 컬렉터들의 러브콜을 받은 이용백 작가.

이 외에도 한국 작가들의 해외 전시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미디어 작가 이용백이 지난 6월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아물겠지요’를 주제로 한 전시는 역대 한국관 전시 중 가장 많은 관람객(약 30만명)을 기록했다. 극사실적 초상화로 유명한 강형구 작가도 지난 10월부터 석 달간 싱가포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착공

미술계의 40년 숙원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지난 6월 종로구 소격동 옛 국군기무사령부터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수도에 국립미술관이 없는 유일한 국가라는 오명을 벗게 된 것이다. 지난 9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이름이 ‘ULL(울) 국립서울미술관’으로 정해졌다. ‘ULL(울)’은 우리의 줄임말이자 서울의 ‘울’과 울타리의 순 우리말로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우리들의 미술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윌리엄 켄트리지, 로랑 그라소 등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등 2013년 말 서울관 개관을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삼성미술관들 활동 재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삼성그룹 오너의 비자금으로 구매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미술관 활동을 중지한 삼성미술관 리움이 지난 3월 ‘코리안 랩소디’전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삼성특검 당시 남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과 함께 리움관장에서 물러난 홍라희씨가 관장직에 복귀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홍 관장의 복귀와 함께 리움의 도심 전시장인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도 이름을 플라토(PLATEAU)로 바꿔 3년 만에 재개관했다. 삼성특검 이후 중단됐던 삼성가의 미술관 운영이 완전히 정상화된 것이다.

■ 조선 미술 신드롬

대규모 고미술 전시들을 통해 대중의 옛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올해 미술계의 이슈로 꼽혔다.

지난 10월16일부터 2주일간 열린 간송미술관의 ‘풍속인물화대전’에는 연일 관람객이 300m의 줄을 서서 기다렸고 특히 신윤복의 ‘미인도’ ‘월하정인(月下情人)’ 등은 7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내년 1월29일까지 열리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선화원대전’은 김홍도와 신윤복을 통해 조선시대 화원 화가들의 미의식을 조명한 전시다. 지난 9월27일~11월6일 열린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특별전 ‘초상화의 비밀’도 국내 초상화전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지난 13일까지 열린 동산방 화랑의 ‘조선후기 산수화전-옛 그림에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전도 17세기 조속과 김명국, 18세기 정선, 18~19세기 김득신 등의 작품을 통해 조선후기 산수화 트렌드를 보여주었다. 전통회화 기획전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강한 미술시장 기반은 자국의 미술에 대한 이해와 긍지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했다.

■ 서미갤러리-삼성문화재단의 그림전쟁

올해 미술계에는 어두운 이슈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서미갤러리와 삼성문화재단의 그림전쟁이다.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58)는 지난 3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로비와 관련돼 서미갤러리를 압수수색 당했다. 4월에는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검찰에 소환됐다. 홍 대표는 미술품 매매를 가장해 오리온그룹 비자금 40억원을 세탁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가 10월의 1심에서 판매 위탁받은 그림을 담보로 대출받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홍 대표는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소장하고 있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시가 86억원)이 삼성 비자금으로 구입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 검찰조사를 받았다. 홍 대표는 지난 6월 홍라희 리움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그림 값 50억원을 달라며 소송했다가 11월 취하했다.

이 외에도 지난 3월에는 2007년 학력위조 사건으로 구속된 신정아씨가 사건 이후 4년간 쓴 일기를 묶은 자전 에세이 <4001>을 출간해 논란과 화제를 낳기도 했다.

■ 설문 응답자 (가나다순)

김기라 화가,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김종길 경기도립미술관 교육팀장, 박우홍 동산방 대표,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 정준모 미술평론가, 최윤석 서울옥션 경매팀장,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 사업개발팀장,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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