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틀서 꺼내 본 두 원로의 미학적 공간

한윤정 선임기자

주재환…어둠과 변신의 키워드 통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파괴

김정헌…특유의 유머와 촌철살인으로 불안함과 불온함 관객들이 느끼게

1979년 창립된 현실참여 미술운동 그룹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 동인으로 참여했던 원로 작가 주재환씨(76)와 김정헌씨(70)가 나란히 개인전을 연다. 민중미술이란 개념에 갇혀 있던 작품의 미학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동시에, 정치권력에서 거대자본으로 지배 주체가 옮겨온 현실에 이들의 작품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주재환: 어둠 속의 변신’은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매체로 드러내 ‘광대형 작가’로 불려온 주재환씨의 작품을 어둠과 변신이란 키워드로 묶는다. 전시기획자 유혜종씨는 “주재환에게 밤은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사회질서와 규율 밖에 존재하는 예술의 존재방식이 드러나는 미학적 공간”이라며 “일상의 사물과 현상을 미학적·우주적 공간인 밤의 세계로 옮겨와 변신시킨 게 그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b>주재환, ‘몽중몽설’</b>, 2015,  캔버스에 고장난 시계·수 첩, 35×24×13.5㎝

주재환, ‘몽중몽설’, 2015, 캔버스에 고장난 시계·수 첩, 35×24×13.5㎝

작품 ‘몽중몽설’은 말뜻 그대로 꿈속 잠꼬대처럼 의식의 표면 아래 있던 말을 끄집어낸다. 고장난 시계 아래 메모에는 ‘고장난 시계 하루 두 번 맞는다 고장난 인간 하루 몇 번 맞을까’라고 쓰여 있다. 사우나탕에서 쓰는 공용타월에 ‘훔친수건’이라고 찍혀 있는 걸 보고 그 발상이 기가 막혀 수건 자체를 오브제로 쓴 작품도 있다.

그의 회화는 환상성이 두드러진다. 빨간 삼각산에 파란 하늘이 있고 흑색 굵은 비가 쏟아지는 ‘괴산괴우’는 과장되고 웅장한 자연을 그림으로써 주체와 세계가 만나는 긴장된 순간을 표현한다. 사람과 자전거가 하나의 도깨비불처럼 그려진 ‘짜장면 배달’은 배달원의 어깨를 누르는 삶의 무게를 드러내는 한편 유희하는 자의 모습으로 승화시킨다.

주씨는 1960년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중퇴한 뒤 20년간 피아노 외판원, 파출소 방범대원, 출판편집자 등 미술과 상관없는 다양한 직종을 거쳤다. 1980년 ‘현실과 발언’ 창립전 출품을 계기로 미술계에 다시 돌아와 역사와 정치를 주제로 창작했으며, 1990년대 들어 자본구조에 대한 비판적 작품을 발표해왔다. 4월6일까지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02)720-1524

<b>김정헌,‘아몰랑’ 구름이 떠 있는  수상한 옥상</b>, 2015,  캔버스에 아크릴,  93×93㎝

김정헌,‘아몰랑’ 구름이 떠 있는 수상한 옥상, 2015, 캔버스에 아크릴, 93×93㎝

김정헌씨의 전시는 ‘생각의 그림·그림의 생각: 불편한, 불온한, 불후의, 불륜의, … 그냥 명작전’이란 긴 제목을 달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문화행정에 참여했던 그가 12년 만에 대안공간에서 갖는 개인전이다. 그는 “자기 삶의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전시장에 와서 막 춤이 나오려고 그러네,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적나라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한 화면에 교차편집하는 등 독특한 화면 구성을 통해 관객에게 불안함과 불온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서사적인 제목, 광고문구의 형식으로 특유의 유머와 함께 현실에 대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회적 재난, 역사적 풍경, 도시, 농촌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풍경에서 혼란스러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는 그림들이다. 17일부터 4월10일까지 서울 세검정로 아트스페이스 풀. (02)396-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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