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 넘어 ‘몸’으로 교감한 한·중의 저항미술

심혜리 기자

신학철과 팡리쥔의 2인전

팡리쥔의 ‘무제 8’, 캔버스에 오일, 130×90㎝

팡리쥔의 ‘무제 8’, 캔버스에 오일, 130×90㎝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를 살아온 두 세계가 만났다.

한국 민중의 애환을 그려온 신학철 화백(73)과 현대 중국을 냉소적으로 표현하는 팡리쥔(方力鈞·53)은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 속에서도 당대의 현실을 직시하는 저항적 지성으로 교감했다.

신학철과 팡리쥔의 2인전 ‘기념비적 몸의 풍경’(서울 학고재갤러리)은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체감할 수 있는 자리다.

한국의 농민화가·역사화가인 신학철과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으로 꼽히는 팡리쥔의 화풍은 다르다. 과연 제대로 된 ‘2인전’으로 묶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장에 내걸린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공명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인간의 ‘몸’이다.

신학철의 ‘한국현대사-광장’, 캔버스에 아크릴, 121.5×220㎝.  학고재갤러리 제공

신학철의 ‘한국현대사-광장’, 캔버스에 아크릴, 121.5×220㎝. 학고재갤러리 제공

신학철 그림 속 인물들은 역사의 사건을 구성하는 몸, 한국 사회를 목격하는 몸이다. 그는 콜라주, 포토몽타주 등의 기법을 통해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의 이미지들을 그로테스크하게 뒤엉키게 해 하나의 커다란 몸으로 만든다. 팡리쥔 작품엔 모호한 표정의 대머리 인물 군상이 엉거주춤하게 서 있거나, 또는 물에 떠 있다. 아무런 목적성 없는 몸을 통해 사회구조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개인의 무력함을 ‘부유하는 몸’으로 형상한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신학철은 “중국의 냉소적 리얼리즘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중미술과 유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시장에는 평화로운 농촌의 모습으로 시작해 민족수난의 역사를 담아 종이 콜라주로 작업한 신학철의 대표작 ‘한국현대사-갑돌이와 갑순이’가 나왔다. 또 세월호 추모 집회에 직접 참여해 그린 ‘한국현대사-광장’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 없는 몸이 엉겨붙어 세월호를 닮은 형상을 이루고 있다. 신학철은 “정치 성향도 담겼겠지만 민중이 갖고 있는 집단성이나 공동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팡리쥔의 대표작 ‘2014 여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성이나 양감이 없어 보인다. 그림 속 군상들은 근거 없이 떠 있는 존재, 뿌리가 없는 존재로 부유하며 현대 중국을 냉소적으로 은유하는 소재가 된다. ‘톈안먼 사태’ 당시 중앙미술학원 재학생으로 시위에 참여해 현장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친구들을 직접 목격한 팡리쥔. 그의 작품에는 사회에서 느끼는 개인으로서의 고독감, 익명성, 냉소가 어김없이 표현돼 있다.

신학철은 신작도 내놓았다. 여성의 얼굴을 분할해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한국현대사-유체이탈’이다. “뻔히 아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뒤죽박죽이 된 내면을 나타내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특정 정치인이 연상된다는 관람객의 질문에 신학철은 부인하지 않았다. 전시는 9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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