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여성의 퀴어적 충동·욕망에 초점…페미로 재편한 ‘젠더 정치학’

김홍희

‘급진적 페미’ - 정은영 vs 흑표범 vs 김나희

1 퀴어 정치학

황금의 복식조 10라운드 초대작가는 한국의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인 정은영(1974), 흑표범(1980, 장맑은), 김나희(1991)다. 이번 연재는 이들의 작업을 통해 현대 페미니즘의 첨예한 화두 중 하나인 퀴어 정체성의 문제를 다뤄본다. 퀴어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 트랜스젠더(LGBT) 등 성소수자의 범주를 통칭하거나 그것의 대안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20세기 초반 비하 명칭이었던 퀴어가 1990년대에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퀴어 정치학”으로 개념화되면서 전복적인 반항문화로 코드화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문학, 축제, 영화, 미술 등 문화 전반에 새로운 주제의식과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동기가 되고 있다.

정은영은 1990~2000년대 운동권 중심의 문화주의 ‘영페미니즘’ 토양에서 성장, 오늘날까지 담론적, 실천적 투쟁을 실천하고 있는 ‘페밍아웃’ 페미니스트다. 그는 젠더 정치학 입장에서 부계구조로부터의 전략적 분리를 요구하며 (성)소수자 공동체를 옹호하는 퀴어 문화예술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흑표범과 김나희는 2010년대 중반 이후 SNS를 통한 해시태그 미투운동으로 가속화된, 소위 ‘넷페미’(인터넷 페미니스트)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이다. 이들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경각된 ‘영영’ 페미니스트’의 감성을 공유하며 각기 퍼포먼스와 디지털 매체로 그들만의 퀴어 예술을 실천하고 있다.

2 정은영의 ‘여성국극 프로젝트’

정은영, ‘정동의 막’(2013, 단채널 비디오, 15분36초)

정은영, ‘정동의 막’(2013, 단채널 비디오, 15분36초)

여성국극 프로젝트 정은영
남역 배우들의 퀴어적 감흥을 포착
현재화·현대화한 공연으로 ‘확장’

정은영은 2008년 이래 현재까지 ‘여성국극’을 주제로 연구, 조사, 분석에 기반하는 대하 시리즈 ‘여성국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948년 태동한 여성국극은 1950년대 대중적으로 성행했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남성 중심 국악계에서 주변화되고 몰락하게 된 비운의 여성 장르이다. 오직 여성에 의한 창극이라는 이유로 폄훼된 여성국극, 남역 여배우라는 이유로 배척된 여성 대가들에 대한 연민 이상의 사명감으로 정은영은 여성국극 소외의 역사를 추적하는 한편, 젠더 정치학에 의거한 독창적 퍼포먼스 방법론으로 여성국극을 재조명한다.

정은영의 국극 프로젝트는 “역사가 망가뜨린” 국극을 복원하거나 박제화된 전통 레퍼토리를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를 통해 맥락을 현재화,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승전결적 줄거리로 펼쳐지는 극적 공연이 아니라 리서치의 결과물, 즉 자신이 구축한 아카이브를 근간으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일종의 개념적 공연을 시도한다. 문헌적 사료보다는 구술적 자료가 바탕이 되는 아카이브를 토대로 국극 다시 쓰기, 다시 공연하기를 수행하는 것이다. 연로한 배우들의 노후한 기억과 불완전한 구술은 사료적 가치를 담보하지 못하지만,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시간과 함께 각색되고 지역에 따라 변형되는 설화같이 오히려 환상적이며 영감적이다.

여성국극은 극중 남자 배역을 남장여자가 수행하는 점에서 퀴어 정치학적 독해가 필연적이다. 남장여자는 개인 취향이나 유흥의 목적으로 남성 페르소나를 코스프레하는 ‘크로스드레서’이거나, 과장적이고 풍자적인 행위로 ‘남자임’을 과시하는 ‘드래그 킹’이거나 간에, 복장전도로 젠더 이분법을 거역하는 일탈적 행위의 주체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게이처럼 평소 남자로 행동하지 않고, 트랜스젠더처럼 신체와 성별의 불화를 느끼지도 않는다. 여성국극의 남역 배우들은 무대에서 춤과 노래, 연기로, 수염 등 남성 분장으로 과장되게 남성성을 표출하는 점에서 드래그 킹에 가깝다. 그러나 남성임을 강조하고 남성적 욕망을 전달하기 위해 복장, 음성, 자세로 성별 행태를 변화시키는 이들의 변신은 단지 무대 위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배우들이 증언하듯이, 남역 배우의 역할이 무대 밖으로 이어지면서 배우들 간의 동성애가 인정되고 가슴이 작아지는 등 신체적 변화까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성 정체성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구축된다는 점을 환기하는 이 대목을 통해 정은영의 남역 배우에 관한 주제의식이 젠더 수행성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요컨대 여성국극의 남장배우를 젠더 불순응자, 또는 변칙적이고 도발적인 ‘퀴어’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정은영은 이들의 퀴어적 감흥을 ‘정동’으로 풀이하며 그에 근간하는 일련의 작품을 발표한다. 2세대 배우 이등우와 그의 제자들이 남역 훈련 과정을 재연하는 ‘마스터 클래스’(2012), 1세대 배우 조영숙이 독백적 구술과 연기를 통해 남역 배우로서의 특이한 심리적, 신체적 경험을 회고하는 ‘(오프)스테이지’(2012)에 이어, ‘정동의 막’(2013)에서는 마지막 ‘니마이’(남역 주연배우) 남은진이 국극에 대한 매혹을 여자의 몸으로 남성을 연기하는 퀴어적 열망과 금기시된 쾌락과 동일시하며 공연 중 내부로부터 솟구치는 “뜨거움”의 체험을 토로한다.

2016년 정은영의 첫 극장 공연인 ‘변칙판타지’는 ‘전환극장’(2015)에서 실험했던 이미지, 행위, 자료가 중층적으로 포개지는 장면적 어법을 집대성한 공감각적, 축제적 복합예술이다. 배우들의 독백과 증언들, 판소리 공연, 아카이브 사진, 무대 밖의 일화와 신문기사들이 비연극적, 비서사적으로 몽타주되는 가운데 여성국극의 역사가 환생한다. 여기에 협연하는 키라라의 전자음악, 게이합창단 지-보이스(G-Voice)의 코러스가 퀴어 축제의 환상성, 전복성, 정치성을 증폭시키고 이를 통해 작가는 퀴어적 정동을 현재화, 여성국극을 현대화한다.

3 흑표범의 ‘정오의 목욕’

흑표범 ‘정오의 목욕’(2011, 퍼포먼스 기록사진, 디지털 프린트,100x150cm)  ⓒ 이설제

흑표범 ‘정오의 목욕’(2011, 퍼포먼스 기록사진, 디지털 프린트,100x150cm) ⓒ 이설제

누드 퍼포먼스 흑표범
개인 예술, 정치·문화 공론장 확대
고통·치유로 광주·세월호 등 담아

흑표범은 2011년 7월7일 정오, 광주 구 도청 앞 광장 분수대에서 누드 퍼포먼스 ‘정오의 목욕’을 공연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현장에서 목욕 행위로 추모의 제례를 올린 것이다. 검은색 과녁 패턴을 그려 넣은 알몸으로 관중들 앞에 나타나 물과 비누로 말없이 검은 칠을 닦아낸, 미니멀리즘적 해프닝이었다. 10분가량의 무언의 해프닝은 그러나 순식간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타고 온라인 매스미디어를 떠들썩하게 장식했다. 작가가 사전 공고를 통해 관객들에게 현장을 촬영하여 SNS에 공유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효과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누드 퍼포먼스라는 ‘센세이셔널리즘’이 개인적 예술행위를 정치적, 문화적 공론의 장으로 확대한 데 있다. 표현의 자유, 검열, 외설, 여성혐오, 역사왜곡, 예술을 논하는 댓글의 전쟁이 일종의 ‘후기 퍼포먼스’가 되었고, 작가는 2013년 개인전에 255개 댓글로 단행본을 엮은 <댓글서>를 발표하게 된다.

작가는 이전에도 다수의 누드 퍼포먼스를 발표했다. 2007년 ‘샤워’로 시작되는 3점의 ‘고통 시리즈’가 보여주듯이, 이 당시 퍼포먼스는 ‘정오의 목욕’에 비하면 사뭇 과격하고 과장되고 그로테스크하고 혼잡한 양상을 보인다. 페인트, 풍선, 비닐봉지, 밀가루, 날생선, 날계란, 마요네즈로 몸과 무대를 더럽히고 초침만 남은 불완전한 시계, 부서진 악기, 냄새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소품으로 등장시킨다. 그러한 난장 속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물로 몸과 오물을 닦아내는 세정의 몸짓을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보낸다. 고통과 치유가 그의 퍼포먼스를 관통하는 핵심으로 보인다.

2016년 ‘베가 VEGA’전 역시 세월호 상처를 애도하기 위한 자리였다. 세월호 희생자 영만이 어머니가 잃어버린 아들을 그리며 매일 밤 바라보았다는 직녀성에서 따온 전시명이다. 사회적 재앙, 집단 트라우마의 기억을 각인하듯, 그는 삼베 천, 조약돌과 같은 상징적 오브제들과 함께 아이들이 남긴 물건, 어머니들의 육성을 담은 인터뷰 영상을 전시했다. 한편, 작가는 갤러리 창문을 사이에 두고 찻길 맞은편에 앉아 안에 있는 관객들을 응시하며 팽목항에서 가져온 이불을 두르고 50분간 추모의 묵상을 올렸다. 유족들의 고통을 수행함으로써 그들에게 다가간 이 무언의 퍼포먼스를 통해 작가는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이후 작가는 역사적 사건, 정치사회적 대서사로부터 우리 주변의 무고한 여성, 성소수자, 난민들에게 시선을 돌려 주제, 매체, 양식상의 변화를 도모한다. 한지에 그린 캐리커처 인물화 ‘선영, 미영, 미영’(2017) 연작이 이의 예시작이다. 여기서 작가는 여자들의 얼굴이 용이나 뱀, 또는 고대 신화 속 원시 동물과 하나의 몸체로 접합된 반인반수의 괴물을 형상화한다. 선영이나 미영이와 같이 흔한 이름의 여자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괴물로 태어난 것이다. 엷은 미소를 띤 여자들의 표정은 야릇하지만 무섭지 않다. 작가는 여자와 괴물을 동일시하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를 조롱하듯 희화화한 것이다. 가벼운 터치로 희석된 작가의 괴물적 여성, 또는 여성적 괴물은 그러나 주제적으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동물과 여자들이 한 몸에 기거하는 이질적이고 혼성적인 그림 속 이미지는 서로의 육신을 먹고 먹히는 식인적 밀접성의 원리로 고결하고 온전한 고전 신체를 교란하는 반항의 신체로 환기된다. 그 이미지는 모체로부터 분리되는 분만의 원초적 장면처럼, 모성적이고 고풍적이며 야만적이고 동성애적인, 한마디로 비천한 괴물의 모습이다.

현재 난민 지원 단체와도 협업하고 있는 작가는 소수자를 치유하고 환대하는 집단 퍼포먼스로 자신의 예술적 역할을 수행한다. 2019년과 2010년 베를린과 서울에서 행해진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무대 뒤편, 장막에 가려진 채 경계적이고 위반적인 삶을 사는 퀴어, 난민, 이주민을 초대하여 ‘고스트댄스’를 무대화했다. 비언어적인 몸짓과 소리의 향연으로 이루어진 그 무대는 비존재적 유령, 몫이 없는 여귀로 전유된 우리 시대의 소수자를 위한 액땜의 춤판이었다.

4 김나희의 ‘대디 레지던시’

김나희, ‘nahee.app run daddy.app’( 2019, 영상, 11분 13초, 가변크기)

김나희, ‘nahee.app run daddy.app’( 2019, 영상, 11분 13초, 가변크기)

대디 레지던시 김나희
성욕·출산·육아 등 픽션화·코드화
초급진적 가족상 구현한 퍼포먼스

김나희는 한국 미술계에서 ‘업체eobchae’라는 컬렉티브 활동으로 알려져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첨단적이고 실험적인 웹 프로그래머이자 뉴욕 기반의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생명정치학적 관점에서 그가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웹 프로젝트로 사회적으로 코드화된 인간의 섹슈얼리티와 생식의 문제를 재해석하고 서사적으로 픽션화화는 ‘나희앱’(nahee.app)을 들 수 있다.

나희앱은 섹슈얼리티의 주체인 인간 김나희의 가상적 알터에고로, 자신의 성욕, 성행위, 출산, 육아에 관한 사변적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코드화하거나 프로토콜로 개발하여 그 시각적 자료를 인스타그램, 트위터 계정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기술적으로 진화하는 성, 미래의 성을 가상적으로 체현하는 ‘생애 퍼포먼스’로서 나희앱은 2019년부터 임신, 육아, 가족에 관한 초급진적 프로그램 ‘대디 레지던시 Daddy Residency’를 출범시키고 있다. 인공수정으로 갖게 될 자신의 아이를 자신이 운용하는 거주 프로그램에 응모하여 선정된 ‘대디’들과 함께 키운다는 전대미문의 발상이다. 가부장적 핵가족 이념을 허문 후 그 빈자리에 새로운 집을 짓는, 이제까지 볼 수 없고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자의적 가족 개념이다. 자궁을 가진 여성 주체가 자식을 갖고자 하는 욕망으로 남자의 정자만을 취하는 황당한 모험, 보육자로 선정된 대디들이 미술계 레지던시 작가들같이 특정 기간 교대하며 엄마의 관리 감독하에 아이를 돌본다는 실험적 양육, 여성 본위로 수행되는 신가족 공동체가 여자가 가장이 되는 현대판 모계사회를 상상케 한다.

일면 무모해 보이는 대디 레지던시는 그러나 뚜렷한 비전과 구체적인 계획으로 진지하게 실체화되고 있다. 즉 인간 김나희의 자궁과 기증된 정자를 통해 약 6년 뒤 (자신이 36세가 되는 2026년) 가지라는 이름의 아기를 출산할 계획으로 현재 아기를 함께 돌볼 다수의 대디 레지던트를 모집하고 있다. 인종과 젠더를 불문하고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심사·교육·워크숍 등의 과정을 거쳐 3개월 내지 6개월 단위로 가지 아빠가 나희와 함께 양육을 담당하게 된다. 대디 후보자들을 위한 오픈콜은 웹사이트(daddy-residency.com)를 통해 2025년 7월31일까지 열려 있으며, 그들을 위해 제작된 홍보용 내러티브 퍼포먼스 영상이 웹사이트에서 전시되고 있다.

‘대디 레지던시’는 담론적 참신성, 기술적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인식론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나희앱이 제안하는 선택적 가족은 여전히 유성생식의 프레임을 견지하고 있으며, 아빠라는 개념 자체가 양육의 성별화를 지지한다. 정자를 선택한다는 설정 역시 우생학적으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엄마 이외에 보모 역할을 행하는 아빠의 존재를 조건화하는 설정이 양부모의 가족원리로 회귀된다. 또한 나희앱의 제작자인 인간 김나희의 몸과 성을 숙주 삼아 가동시키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픽션으로 존재하는 만큼 그것의 사회적 수용 여부에 대한 의문과 불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종래 예술적 실험으로 끝날지 현실적 실천이 이루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자신도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미래를 관망하고 있다.

‘대디 레지던시’의 성공적 결과와 무관하게 중요한 점은 작가 자신이 추구하는 프로그래밍 로드맵의 실현이자 생명공학적 퍼포먼스로서 기술미학적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적 통제와 권력을 남성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기술과 남성의 동일화를 문제 삼는 테크노페미니즘 시각에서 볼 때, 여성적/여성주의적 위치에서 이성애중심적 섹슈얼리티와 부계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 해체, 재편하는 김나희의 ‘대디 레지던시’를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페미니즘 기획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남성 언어, 상징계 담론으로 의미화된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안된 김나희 특유의 프로그래밍으로서 정당성을 갖는다. 결국 ‘대디 레지던시’는 잡종적 사이보그, 포스트휴먼의 김나희 버전이자 번역이 아닐까?

5 “성별 규범을 깨지 않고는 그 무엇도 깰 수 없다”

정은영, 흑표범, 김나희는 성소수자의 세계관을 포용하는 고유한 작품세계를 통해 퀴어 예술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소설, 영화, 미술 분야의 퀴어 예술이 대부분 남성 동성애자 삶의 경험과 서사를 다루면서 “레즈비언의 비가시성”, 또는 젠더 불균형의 문제를 돌출시킨다는 비판을 의식할 때 여성 젠더의 퀴어적 충동과 욕망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의 작업에 페미니즘으로 재편되는 퀴어 정치학의 재구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성별 규범을 깨지 않고는 그 무엇도 깰 수 없다”는 정은영의 단언에 공감하듯, 이들은 성 정체성의 본질을 의심하며 정상과 비정상의 규범에 도전한다. 또한 해체주의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퀴어적 존재성을 인정하고 여성 신체에 각인되는 젠더의 실존적 의미를 성찰한다. 이들의 미학적, 정치적 예술행위가 퀴어라는 첨단 이슈를 담보하면서도 여전히 유효한 페미니즘의 기본 과제를 계승하고 있는 점에서 단절보다는 변화의 연쇄 속에서 전진하는 페미니즘 미술의 미래적 가능성을 기대하게 된다.

■김홍희

[김홍희의 페미니즘 미술 읽기](11)여성의 퀴어적 충동·욕망에 초점…페미로 재편한 ‘젠더 정치학’

김홍희는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큐레이터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 대안공간 쌈지스페이스 관장 등을 거쳐 현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카셀도큐멘타14 감독선정위원·광주비엔날레 총감독·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다수의 페미니즘 미술전과 백남준·미디어아트 전시를 기획했다. 저서로 <여성과 미술> <굿모닝 미스터 백> <큐레이터는 작가를 먹고산다> 등이 있다. 김세중상(저작출판), 석주미술상(평론), 월간미술대상(큐레이터)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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