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미술시장···‘큰 손’보다 ‘작은 손’ 지갑만 열렸다

부산 | 이영경 기자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4 전시 모습. 부산|이영경 기자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4 전시 모습. 부산|이영경 기자

블루칩 작가들의 큰 작품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젊은 작가들의 중저가 작품들은 인기를 끌었다.

12일 막을 내린 상반기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부산 2024’의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세계 미술시장에 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 열린 아트부산은 국내 미술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관심을 모았다. 전년과 비슷한 7만여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미술시장 침체는 아트부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큰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신진 작가들의 중저가 작품들은 활발히 거래됐다.

올해 아트부산엔 세계 20개국 129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지난해(22개국 146개 갤러리)에 비해 올해 참여 갤러리 수가 줄어들었다. 갤러리 현대, 타데우스 로팍 등 대형 갤러리가 불참하면서 활기가 줄었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퓨처’ 섹션으로 이번에 처음 아트부산을 찾은 일본 비스킷 갤러리의 미유 야마다, 별관 갤러리의 윤일권, 학고재의 허수영 작가의 작품 등이 좋은 판매 실적을 보였다.

지난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VIP 프리뷰에선 지난해보다 참여 갤러리가 줄어 한결 여유로워진 공간 속에 관람객들이 출품작들은 감상할 수 있었다. 박형준 부산시장, 정도련 홍콩 엠플러스 미술관 부관장 등이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블루칩 작가’보다 젊은 작가 중저가 작품 위주 거래

국제갤러리는 13억원 상당의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을 비롯해 칸디다 회퍼, 장미셸 오토니엘, 줄리안 오피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부터 박서보, 하종현, 김윤신 등 국내 대표 작가 23인의 작품을 선보였다. 국제갤러리는 첫날 하종현의 3억원대 작품, 우고 론디노네의 2억원 상당 작품,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2점 등 9점을 판매한 데 이어 양혜규, 이희준 등의 작품을 팔았다.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은 총 5점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전반적으로 ‘블루칩 작가’의 고가 작품들보다 중저가의 작품들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였다. OKNP 갤러리의 부스엔 이우환, 김창열 등의 수억원대 작품들도 전시돼 있었지만 문의는 많지 않았고, 판매는 중저가 작품들 위주로 이뤄졌다.

아트부산 2024 전시 전경. 부산|이영경 기자

아트부산 2024 전시 전경. 부산|이영경 기자

9일부터 1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아트부산 2024’가 열렸다. 아트부산 방문객들이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아트부산 제공

9일부터 1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아트부산 2024’가 열렸다. 아트부산 방문객들이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아트부산 제공

아트부산에 참여한 한 갤러리 대표는 “예전에 페어에서 판매됐던 대가들의 고가 작품들은 잘 안 되는 분위기다. 젊은 작가, 중견 작가의 중저가 작품들이 주로 거래된다”며 “전년에 비해 메이저급 갤러리들이 불참하고, 전반적으로 미술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페어 역시 주춤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4월 화랑미술제에 이어 신생 아트페어인 아트오앤오가 열리고, 아트부산이 열리기 직전 대구국제아트페어가 열리면서 ‘아트페어 피로감’이 쌓인 것이란 평도 있다. 아트페어는 늘어난 반면, 컬렉터들이 열 수 있는 지갑은 한정됐다는 것이다.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전반적 분위기가 작년보다 조용한 것 같다. 경기의 영향도 있고 상반기에 아트페어가 너무 많아져서 컬렉터들이 분산된 것 같다. 컬렉터들이 매번 지갑을 열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예년보다 느리게 판매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트페어가 늘어난 가운데 아트부산만의 특색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표정관리’ 나선 갤러리도

좋은 판매 실적을 보이며 ‘표정 관리’에 나선 곳도 있었다. 학고재는 부산 출신 김길후 작가의 작품 6점을 판매한 데 이어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퓨처’ 섹션에서 허수영 작가의 작품을 6점 판매했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아트페어도 도시와 컬렉터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분위기에 맞게 부스를 구성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페레스프로젝트는 페루의 파올로 살바도르, 덴마크의 안톤 무나르, 한국의 이근민, 최유정의 작품 등을 판매하며 좋은 실적을 거뒀다. 페레스프로젝트 관계자는 “매일같이 작품이 판매되며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면서 “젊은 작가들의 가격대 좋은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아트부산을 처음 찾은 일본의 비스킷 갤러리는 ‘퓨처’ 섹션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귀여운 그림체의 미유 야마다 작가의 작품 27점 가운데 8점을 빼고 모두 판매됐다.

9일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4에서 선보인 특별기획전 ‘허스토리’ 전시 모습. 현대미술 1세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부산|이영경 기자

9일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4에서 선보인 특별기획전 ‘허스토리’ 전시 모습. 현대미술 1세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부산|이영경 기자

아트부산 2024 특별기획전 ‘허스토리’에 전시된 정강자의 회화. 부산|이영경 기자

아트부산 2024 특별기획전 ‘허스토리’에 전시된 정강자의 회화. 부산|이영경 기자

1세대 여성 작가 ‘허스토리’ 전시 볼거리

한편 아트부산이 올해 처음으로 외부 디렉터(주연화 홍익대학교 교수)를 선임해 기획한 ‘허스토리’ 등이 눈길을 끌었다. 현대미술 1세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를 조명한 전시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작품부터 아이를 등에 업고 그림을 그리는 정강자의 회화, 중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사회정치적 문제를 반영한 작업을 해온 샤오루의 작품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여성 작가 10명의 60여개 작품을 볼 수 있다.

‘포커스 아시아: 차이나’에서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국 대표 작가들을 소개했다.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주진스의 대형 연작 작품 등이 전시됐다.

지난 4월 열린 화랑미술제 전시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열린 화랑미술제 전시 모습. 연합뉴스

화랑미술제 “가벼운 작품 위주 거래”···신생 아트오앤오 “실속 페어”

지난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또한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를 보여줬다. 총 5만8000명이 방문한 화랑미술제에서도 신진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다. 최지환 한국화랑협회 총무이사는 “고가의 작품보다는 컬렉터 취향에 맞는 가벼운 작품들 위주로 거래됐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이어가면서 투자 목적보다는 미술 좋아하는 분들이 실제 집에 걸 작품들을 많이 사가는 것 같다”며 “컬렉터의 저변이 넓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30대 컬렉터 출신 노재명 대표가 ‘젊고 새로운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올해 처음 시작한 아트오앤오도 관심을 모았다. 아트오앤오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갤러리들이 다수 참여하며 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20개국에서 3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매리안 이브라힘, 니컬러스 크루프 등 해외 유명 갤러리부터 일본의 쓰타야까지 한국에 처음 진출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갤러리들이 참여했다. 지난 4월18일부터 나흘간 열린 아트오앤오는 “실속 있는 페어”라는 평을 받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한 분위기다. 아트오앤오에 참여한 한 갤러리 관계자는 “방문객들 가운데 컬렉터층 비율이 높았다.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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