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작품부터 정원까지
연휴에도 예술 열기는 ‘후끈’
지난 7·8일 막을 내린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아트페어 프리즈·키아프 서울이 남긴 열기가 아직 미술계를 데우고 있다. 프리즈·키아프 기간 개막한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가 본격적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는 추석 연휴 기간 쉬지 않고 전시를 이어간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은 추석 연휴 기간 문을 활짝 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전시가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일 개막한 따끈따끈한 전시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1개국에서 온 60여개 팀이 ‘신체’를 테마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1960년대 이후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조망한 전시엔 ‘센 언니’들이 다 모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식민·전쟁·가부장제 등 아시아 근현대사가 신체에 새긴 기억과 경험들,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사회 규범과 문화적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 등이 소개된다.
박영숙, 정강자, 윤석남, 이불, 이미래 등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부터 미술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하나인 구사마 야요이의 초기 퍼포먼스, 필리핀의 여성주의 예술가 그룹 ‘카시불란’ 소속 작가인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백남준의 아내인 구보타 시게코의 비디오 조각 ‘뒤샹피아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미쓰코 다베의 ‘인공태반’ 등이 국내에 처음 전시된다.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반세기에 걸친 작품 세계를 조명한 개인전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를 아직 못 봤다면, 22일 문을 닫기 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정영선이 직접 조경한 작은 정원과 함께 전시를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추석 당일 휴관하며, 덕수궁·과천·청주관은 연휴 내내 문을 연다.
가족 나들이 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들른다면 건축가들이 지은 대안적 주거공간을 모아놓은 전시인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을 관람하는 것도 좋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화국을 벗어나 다양한 집을 꿈꾸는 데서 나아가 실제 짓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집’이란 어떤 공간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등 다양한 건축가들이 지은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본관을 비롯한 4개관에서 소장품을 소개하는 ‘SeMA 옴니버스’ 전을 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1988년 개관한 이래 수집한 6150여점의 미술품을 선보인다.
소장품 중 52%가 2000년대 이후 작품이며, 32%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어서 동시대의 주요 화두와 함께 호흡하는 전시를 볼 수 있다. 서소문본관에서는 다양한 매체의 연결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북서울미술관에선 페미니즘, 장애, 퀴어 예술 등 소수자성에 초점을 맞춘 소장품을, 남서울미술관에선 비인간 존재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소문본관에서는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전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도 열리고 있어 천경자의 대표작 등 여성 한국화가 23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선 ‘파스텔의 마법사’로 불리는 니콜라스 파티의 대규모 개인전 ‘더스트’를 열고 있다. 작가가 직접 전시장 벽에 그린 대형 벽화 5점과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이 파티의 초현실적인 그림과 어우러져 마법 같은 공간을 연출한다. 아트페어와 미술품 경매에서 인기 있는 작가인 파티의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16~17일엔 휴관한다.
서울 종로구 푸투라서울에선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자연에 관한 환상적 이미지를 초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 AI 미디어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로 십여년간 수집한 자연의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생성하는 환상적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추석 당일엔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