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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변부에 있던 이들, 세계 미술무대 중심에 서다
세계 예술계의 중심에 세상의 가장 주변부에 위치한 이들이 섰다. 세계 최대 미술 축제이자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인공은 오랫동안 잊혀지고 소외되어 온 선주민, 이주민, 퀴어, 여성들이었다.베니스 비엔날레 역사상 첫 라틴아메리카 출신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누 페드로자가 전시 주제를 ‘어디든 외국인이 있다(Stranieri Ovunque-Foreigners Everywhere)’로 내세웠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17일 프리뷰에서 확인한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적어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만큼은 제1세계 백인들은 관람객의 위치로 완전히 밀려났다.■선주민, 퀴어, 이민자 예술의 중심에 서다비엔날레 전시장 중앙의 파빌리온 파사드 외벽을 화려하게 채운 브라질과 페루의 후니쿠인족 예술가 그룹인 ‘후니쿠인 예술가 운동(MAKHU)’의 벽화가 강렬한 인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며 본전시가 시작된다. 원색과 형광색을 과감히 사용하... -
전쟁이 할퀴고 간 상흔...베니스 비엔날레에도 뚜렷
“저를 따라 말해 보세요(Repeat after me).”영상 속 인물이 건조하게 말한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사람의 언어가 아니다. 무기의 언어다. 살상의 언어다.“슈슈슈슈슈툭”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쉬이이이이이”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폴란드관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을 공격했던 무기들의 소리를 입으로 흉내내고, 이를 관람객들에게 따라할 것을 권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예술 집단(Ukrainian Open Collective)영상 작품 ‘나를 따라 말해 보세요’다. 영상 앞에는 마이크들이 설치돼 있고 관람객들은 그 앞에서 영상 속 인물이 내는 무기의 소리를 따라할 수 있다. 영상 속 인물은 자신들이 기억하는 공습 상황과 소총, 미사일 등의 소리를 건조하게 설명하고 소리를 낸다. 사람의 입으로 재현되는 무기의 소리가 반복면서 전쟁의 폭력성과 잔임함이 몸을 관통하듯 느껴진다.전쟁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세계 최... -
피카소가 ‘질투’하고 워홀이 극찬한 작가···뷔페의 세계로 한 발 더 가까이
‘비운의 천재’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렸던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1928~1999)는 행운아인 동시에 비운아였다. 피카소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던 프랑스 미술계에서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19년에야 뷔페의 회고전이 처음으로 열렸다. 앤디 워홀이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유명한 화가”라고 일컬었던 뷔페의 매력은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이 생소하지만 뛰어난 작가의 작품 세계에 매료된 관람객들은 ‘n차 관람’을 이어갔고, 15만명의 관람객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뜨거웠던 열기를 이어갈 전시가 찾아온다. 뷔페의 두 번째 대규모 회고전 ‘베르나르 뷔페 전’이 오는 26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단테의 <신곡>을 그린 폭 4m 이상의 대형 유화 작품 등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선보인다. 첫 전시가 뷔페의 작품 세계 전반을 소개하는 전시였다면, 이번엔 뷔페... -
조선 궁궐·왕릉의 석재는 어디서 왔을까…채석장 위치 확인됐다
궁궐과 왕릉, 종묘 등 조선시대 최고 건축물의 석재는 어디에서 캐냈을까.조선왕조 으뜸궁궐(법궁·정궁)인 경복궁의 근정전에 쓰인 돌은 ‘조계’에서 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의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일대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홍예(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의 반원형으로 만든 구조물) 석재는 서대문구 홍은동 옥천암 일대에서, 경복궁 경회루의 석주(돌 기둥) 48개는 종로구 삼청동·창신동과 노원구 불암산 일대에서 왔다.덕수궁 석조전과 종묘의 정전·영녕전 석재는 북악산 ‘창의문(자하문) 밖’ 인근에서 각각 확보했다. 또 숙종의 능인 명릉은 북한산성 서문 밖인 ‘중흥동’, 영조의 원릉은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일대의 돌을 다듬어 사용했다.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국역 조선시대 궁·능 宮·陵에 사용된 석재산지’를 15일 펴냈다. 보고서는 조선시대 궁궐·왕릉 등에 사용된 석재의 채석장, ... -
청담동 한복판에서 ‘사치품이 된 예술’을 비틀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세계적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매장인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 1층. 카페에서 에르메스의 테이블웨어에 담긴 호텔 신라 쉐프의 음식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인다. 클레어 퐁텐의 전시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면 잠시 길을 잃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당황하지 않고 카페를 가로질러 들어가면 이국적인 문양이 찍힌 낡은 타일 바닥 위를 나뒹굴고 있는 샛노란 레몬 열매들을 만날 수 있다.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의 예술가 집단인 클레어 퐁텐의 전시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는 이제부터 시작이다.청담동의 호화로운 분위기와 달리, 클레어 퐁텐이 전하는 메시지는 급진적이고 정치적이다. 바닥에 나뒹굴며 발에 채이기도 하는 모조 레몬 열매들은 작품명 ‘이민자들’로 경제적으로 열악한 유럽 남부의 상징이자, 우리가 사는 사회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민자들을... -
몸짓으로 부르는 304명의 이름···퍼런 세월에서 노란 기억으로
‘둥둥’ 묵직한 북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마치 거인이 바다의 수면을 두드리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9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팽목항에 부는 바람소리를 BPM으로 변환한 김지영의 작품이다. 전시장 입구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등 한국에서 일어난 32개의 재난을 그린 그림 ‘파랑 연작’(2016~2018)이 걸려있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마치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된 한국 사회의 재난들을 켜켜이 쌓아올린 것 같다.전시장 공간 가운데로 들어가면 하얀 방에서 홀로 춤을 추는 이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안무가 송주원의 ‘내 이름을 불러줘’(2024)다. 송주원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몸으로 써낸다. 스피커에서 희생자의 이름이 한명씩 불러지면, 송주원은 몸으로 이름을 그린다. 지극한 애도의 몸짓이다.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시는 이렇게 시각과 청각, 몸짓... -
옥 공예 김영희 장인, 국가무형유산 ‘옥장’ 보유자 인정받아
전통 공예로 옥을 평생 다뤄온 장인인 김영희씨(65)가 국가무형유산 ‘옥장(玉匠)’ 보유자가 됐다.문화재청은 “지난 53년 동안 옥 가공 기술을 닦아온 김영희씨를 국가무형유산 ‘옥장’ 보유자로 인정했다”고 9일 밝혔다.‘옥장’은 동양문화권에서 금·은과 함께 대표적인 보석으로 여겨지는 옥으로 여러 가지 기물이나 장신구를 제작하는 기능 또는 그 기능을 보유한 장인을 말한다. 옥 공예는 옥을 다루는 고도의 기술과 함께 예술성도 필요하다.옥 공예품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장신구, 귀중한 종교·생활용품 등으로 제작·활용됐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왕족 등 특수계층 만이 지닐 수있었고, 귀한 재료의 확보나 가공기술의 어려움 등으로 옥을 다루는 장인의 숫자가 제한되기도 했다.옥 공예품의 제작과정은 까다롭다. 옥의 채석부터 디자인~절단~성형~구멍뚫기나 홈파기 같은 각종 세부 조각~광택 내기 등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 -
‘삼시세끼’의 무대 만재도 주상절리, 천연기념물 된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촬영지로 유명한 전남 신안의 ‘신안 만재도 주상절리’가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로, 조선시대 건축물인 ‘고창 문수사 대웅전’과 ‘의성 고운사 가운루’는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됐다.또 한양도성·북한산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탕춘대성’은 사적으로 지정됐다고 문화재청이 9일 밝혔다.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 ‘신안 만재도 주상절리’는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주상절리가 바다와 어우러지며 빼어난 경관을 드러낸다.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나온 뜨거운 용암이나 화산 쇄설물들이 급격한 냉각에 따른 수축 과정에서 갈라져 만들어진 기둥 등이 무리지어 있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등 5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만재도 주상절리는 학술적으로 응회암이 퇴적될 당시 온도를 알려주는 조직이 바위들 전반에 걸쳐 고르게 관찰된다. 또 오랜 시간 파도... -
‘어떻게 삶을 지속하나’ 묻는 형형색색의 ‘돌덩이’···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네바다의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형광 색상의 거대한 돌탑들. 거대한 돌탑이 사막과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강렬한 형광색이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화제가 된 스위스 출신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세븐 매직 마운틴(Seven Magic Mountains)’다. 비비드한 색깔로 칠한 돌덩이 모양의 조각으로 유명한 론디노네는 미술시장에서 사랑받는 인기 작가다.론디노네의 팬이라면 환영할 전시가 열린다. 론디노네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이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 열린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과 미술관을 둘러싼 자연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다룬 론디노네의 조각, 회화, 설치, 영상 등 40여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안도 다다오의 강건하고 견고한 건축물 안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도전적 작업이었습니다. 또한 뮤지... -
4·10 총선 투표 마치고 나들이 갈까…“백화점 갤러리는 어때요?”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 백화점이 쇼핑의 즐거움은 물론 예술 정취까지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갤러리로 변신하고 있다.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해 마케팅 캐치프레이즈를 ‘더 아트풀 현대(The Artful HYUNDAI)’로 정했다.특히 백화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더현대 서울이 2021년 2월 개장과 함께 선보인 복합문화공간 ‘알트원(ALT.1)’은 연일 문전성시다. 지금까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등 전시 개최로 누적 관람객만 9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다.현대백화점은 새봄을 맞아 전국 16개 전점에서 ‘어웨이큰 더 시즌(Awaken the Season)’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 행사를 펼친다.더현대 서울은 9일부터 24일까지 ‘아트 투 고(Art To Go)’를 선보인다. 쿠사마 야요이 등 국내외 대표 블루칩 아티스트는 물론 정세윤·조광훈 등 이머징 아티스트 작품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판교점에는 다음달 19일까지 대형 조각예술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