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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워크 K
살육의 기억, 끝나지 않는 폭력
“살육은 종전과 함께 멈추지 않았다. 전쟁의 생존자들은 닭과 야생조류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해야 했다.”부천 삼정동의 옛 쓰레기 소각장 중앙제어실에 걸린 흑백 사진은 다소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철조망에 갇힌 살아있는 닭과 기둥에 매달린 죽은 새들의 축 늘어진 몸뚱이들과 깃털.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나무 박스에 기대어 카메라를 응시하는 한 청년은 장사꾼이라기보다는 대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진 캡션에는 분명히 “닭장수”라고 적혀 있다. 1957년 서울 남대문 시장의 풍경이다. 젊은 시절의 고 한영수(1933-1999) 작가는 산 짐승과 죽은 짐승 사이에서 전쟁의 기억을 떠올렸다. 오는 22일까지 부천아트벙커B39에서 열리는 <우발적 미래의 시원>에 걸린 사진 중 하나이다.같은 공간에 사진을 건 이재갑, 강용석 작가의 작품은 전쟁의 직접적인 기억이라기보다는 그 흔적들이다. 이재갑 작가의 사진은 베트남 전역에 세워진 한국군 증오비이고, 강용석 작... -
백제의 향, 신라 향로, 고려 향완…유물로 만나는 1500년 향(香)문화사
향기로운 향(香)은 고대부터 인도·이집트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용도·방식으로 활용됐다. 악취를 없애고 해충을 막는 방향·방충효과는 매력적이면서 실용적이었다.무엇보다 향은 종교의식, 특별한 의례에 자주 사용됐다. 신성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조성,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상징적 의미에서다.향이 이 땅에 전래된 것은 2000여년 전후로 추정된다. 이후 삼국시대에는 향이 의례의 중요 요소이던 불교가 들어오면서 더 확산된다. 동아시아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등 향과 관련된 삼국시대 유물들은 많이 남아 있다.고려시대에는 의례, 신앙행위를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향을 피우는 문화가 널리 정착됐다. 향과 관련된 각종 분향도구들도 발달한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같은 문헌기록, 여러 재질의 향로·향완 등의 유물을 통해 당시 향 문화를 알 수 있다. 향 문화는 조선시대에도 계속됐고, 지금도 ‘아로마 테라피’ 등 우리 곁에 자리잡고 ... -
구본창이 찍은 서른셋 한강···“수줍지만 강인한 내면 지닌 사람”
“수줍지만 안에는 굉장히 강인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서 그의 눈빛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던 사진 중 하나입니다.”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리는 구본창의 ‘사물의 초상’ 전시에 서른 세 살 한강의 사진이 걸렸다. 2003년 촬영한 사진 속 한강은 우산을 든 채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정면을 바라보는 눈빛엔 단단한 힘이 실려있다.구본창은 “2003년 ‘그녀의 드라마’라는 시리즈로 기업인, 영화 감독, 건축가 등 각 분야에서 앞서가는 여성들을 촬영했다”며 “한강 작가의 서재가 있는 집에서 촬영하던 중 바깥의 놀이터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창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셨고, 광주 지역 출신이라 이곳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인물사진 가운데 한강 작가 사진을 고르게 됐다”고 덧붙였다.아시아 현대미술 거장을 소개하는 ‘ACC 포커스’는 올해 한국 현대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구본창의 개인... -
MZ ‘폰카’와 다른 Y2K ‘디카’의 시선, 캔버스에 새겨지다
요즘에야 스마트폰이 곧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지만, 2000년대만 해도 디지털카메라가 일상의 순간을 편리하게 기록하는 ‘신문물’이었다. 이목하 같은 MZ 세대 작가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그림으로 옮겨 그리듯, 2000년대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캔버스로 옮겨 그리는 작가들이 있었다.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오후 3시’(Cloudy 3PM)에서는 디지털카메라가 일상화된 첫 시기, 사진과 그림 사이에서 ‘회화의 가능성’을 시험했던 2000년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강석호, 김수영, 노충현 박주욱, 박진아, 서동욱, 이광호, 이문주, 이제 등 9명 작가의 그림 50여 점을 선보인다.전시 명 ‘오후 3시’는 현실 안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과도기적 시간대를 의미한다. 90년대 민중미술과 사진을 재현한 극사실주의와는 다른 태도로 사진을 통해 현실을 담고, 이를 그림으로 옮긴 작가들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 -
올앳부동산
요즘 아파트가 조경에 공들이는 이유
서울의 한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을 지낸 A씨는 “집 안을 꾸미는 건 입주민들 각자의 몫이지만 동일한 입지에서 집값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은 결국 단지 내 조경”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재건축 아파트 조합 사무장은 “처음에는 ‘무슨 나무 심고 꽃 심는 데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냐, 이럴 거면 마감재를 더 고급화하는 게 낫다’며 항의하는 조합원들도 많지만 막상 사전점검을 해보면 조경 칭찬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신축 단지들의 ‘조경특화’ 경쟁이 치열하다. 건설사들도 조경을 하나의 BI(Brand Identity·기업정체성)로 가져가면서 화단에 나무와 꽃을 심는 수준을 넘어 개별 단지와 건설사를 상징하는 특화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다만 여기에는 건설사나 조합이 굳이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있다. 아파트를 홍보하는 데 조경만큼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게 없다는 점이다.조경은 입주민의 거주시설을 제외한 모... -
카메라 워크 K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데칼코마니
아슬아슬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이 발효된 참에 한 번쯤 구경해볼 만한 사진전이 개막해 소식을 전한다. 서울 삼청동 뮤지엄한미에서 열리는 <시대의 아이콘: 아놀드 뉴먼과 매거진, 1938-2000> 기획전이다. 피카소, 앤디 워홀 등 세계적인 예술가의 초상이 주류를 이룬 전시이지만, 정치인들을 모아 놓은 챕터에서는 그동안 보도사진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다른 세계 수장들의 초상을 만나보게 된다. 최봉림 뮤지엄한미 부관장은 이 사진들을 보며 지금의 세계 정세에 대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했다.사진미술관의 하얀 방들을 거쳐 회랑 같이 긴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존 F. 케네디를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 중 아놀드 뉴먼의 스타일과 다른 초상이 2점 등장하는데, 그 주인공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인 야세르 아라파트와 이스라엘 총리였던 이츠하크 라빈의 초상이다. 사진은 극단적으로 크로핑됐고, 데칼코마니처럼 똑... -
충북 증평군, 율리휴양촌에 다목적 목조 호텔 조성
충북 증평군 율리휴양촌에 다목적 목조호텔이 들어선다.증평군은 율리휴양촌의 낡은 생활관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자연 친화적 목조호텔을 2028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이재영 증평군수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산림청 주관 국산 목재 목조건축 실연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국비 65억원 등 1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충북 첫 목조호텔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이 호텔이 좌구산휴양랜드의 부족한 숙박시설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국산목재 목조건축 실연사업은 국산목재를 활용해 공공부문에 목조건축물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높이 18m, 연면적 3000㎡ 이상, 국산 목재를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증평군은 연면적 3951㎡ 터에 4층짜리 호텔을 짓고 1층엔 대강당·다목적실·휴게시설을, 2~4층에는 33개 객실을 설치한다. 증평군은 임신·육아 돌봄이 필요한 이용자에게 시설사용 우선권을 부여할 계획이다.현재 지방재정투자심사와 공유재산 심의 등 ... -
카라바조·반 고흐·클림트···봐도 봐도 새로운, 질릴 틈 없는 감동이 온다
빛과 어둠의 화가 카라바조, 비운의 천재 반 고흐, 퇴폐적 관능미의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서양미술사의 거장들을 내세운 ‘블록버스터 전시’가 연말을 맞아 연이어 열린다.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이 열리고 있고, 29일에는 같은 미술관 1층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이 개막한다. 30일에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가 문을 연다.예수가 부활한 후 이를 의심하는 제자에게 자신의 상처에 손을 넣어보라고 한 일화를 그린 ‘성 토마스의 의심’(도마의 의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카라바조(1571~1610)의 것이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는 모습과 의심을 거두지 못한 토마스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예수와 사제들에게만 핀 조명을 비춘 듯 배경은 칠흑같이 어두워 인물들의 행위가 더... -
인천아트쇼 출품한 배우 하지원 작품 완판···“1점당 2000만원 정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아트쇼(INCHEON ARTSHOW)에서 배우 하지원 작가의 9개 작품이 완판됐다.인천아트쇼조직위원회는 지난 21~24일까지 열린 ‘인천아트쇼 2024’에 6만6800여명이 관람해 대성황을 이뤘다고 25일 밝혔다.인천아트쇼에는 배우 하지원 작가의 작품 9개가 출품돼 완판됐다. 그림 1점당 가격은 2000만원 정도라고 조직위 관계자는 설명했다.이번 인천아트쇼에서 팔린 최고가는 이우환 작가 그림이 3억5000만원이다. 최영욱의 달항아리도 고가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아트쇼조직위 관계자는 “경기불황 탓인지, 이번 아트쇼에는 500~2000만원의 중고가보다 100~200만원의 저가 그림이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특히 6000여점이 출품된 이번 아트쇼에서는 프랑스 풍경화의 거장 장미쉴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보기 위해 30분씩 대기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정광훈 인천아트쇼 이사장은 “불황에도 인천아트쇼를 찾아주신 전국 각지의 갤러리... -
곧 썩어 없어질 작품인데···86억원에 팔린 500원짜리 바나나
벽에 테이프로 바나나 한 개를 고정한 이탈리아 설치미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경매에서 620만달러(약 86억8400만원)에 낙찰됐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품 ‘코미디언’은 이날 저녁 뉴욕에서 진행된 소더비 경매에서 예상가를 웃도는 620만달러에 팔렸다. 구매자는 중국 태생의 가상자산 기업가 저스틴 선으로 확인됐다.이 작품은 굵은 회색 강력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벽에 붙여놓은 바나나 한 개가 전부다. 낙찰자는 바나나와 접착테이프 롤 한 개씩을 받는다. 바나나가 썩을 때마다 교체 방법을 알려주는 설치 안내서와 진품 인증서가 함께 제공된다.이 작품은 카텔란이 2019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여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아트페어에서 한 행위예술가가 관람객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바나나를 떼먹어버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람객이 너무 몰리자 주최 측이 작품을 철거하는 일도 벌어졌다.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