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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이거이 포래여, 아주 맛있어.” 노순택의 흑산 [카메라 워크 K]
    “이거이 포래여, 아주 맛있어.” 노순택의 흑산 [카메라 워크 K]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사진가는 커다란 바가지를 끌며 파래와 미역, 물김을 따는 한 할머니와 마주쳤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 굽은 허리로 물김을 바가지에 담는 할머니가 사진가의 눈에는 마치 거룩한 기도를 드리는 모습처럼 보였는데,“이거이 포래여, 아주 맛있어. 근디 이 할매를 찍어가서 뭣한다요?”바가지에 담기는 해산물이 늘어날수록 할머니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사진가는 할머니의 무거운 바가지를 들었다. 할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손에 흙 묻는다고 사진가를 말렸다. 전남 신안군 임자면 진리마을에 사는 1936년생 쥐띠 이판덕 할머니다. 9남매를 키워낸 삶의 무게 때문이었을까? 해산물 바가지가 가벼워져도 할머니의 허리는 펴지지 않았다. 할머니는 사진가에게 우리 집에 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란다.“으응, 흑산도 사람들 야그로 책을 만든다고. 긍게 여그서 사진기를 매고 다니고 있그만.”사진가의 이름은 노순택이다. ‘분단의 향기(2005)’, ‘얄읏한 공(2006)’,...

    1시간 전

  • ‘루브르’가 비밀번호였다니···왕실 보석 털린 루브르, 보안 업그레이드 7년 뒤에나 완료 예정
    ‘루브르’가 비밀번호였다니···왕실 보석 털린 루브르, 보안 업그레이드 7년 뒤에나 완료 예정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약 1500억원 상당의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사건과 관련해 평소 보안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0여년 전 보안 비밀번호가 박물관 이름과 같은 ‘루브르’였던 사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이 전날 공개한 보고서는 “루브르 박물관 경영진이 보안 관리는 소홀히 하고 언론의 시선을 끄는 작품 구매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보고서를 작성한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회계감사원 원장은 이번 도난 사건을 “엄청난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로렌스 데 카르 현 루브르 박물관 관장 체제까지 약 8년에 걸친 박물관 운영을 조사했다.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4년 루브르 박물관은 시설 유지보수에 약 2700만유로(약 450억원)를 투입했다. 궁전 복원에는 약 6000만유로(약 1000억원)를 썼다. 반면 박물관 리노베이션과 미술품 구매에는 유지보수비를 훌쩍 뛰어넘는 약 1억5...

    23시간 전

  • [포토뉴스]어둠이 내리면…‘마법의 세계’가 펼쳐지는  신세계스퀘어
    [포토뉴스]어둠이 내리면…‘마법의 세계’가 펼쳐지는 신세계스퀘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인 ‘신세계스퀘어’에 7일부터 오후 5시~자정 크리스마스 영상이 송출된다. 올해 주제는 ‘시간을 잇는 마법의 세계’다. 3분 분량인 이 영상에선 입체감을 높인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물에서 신세계 캐릭터인 ‘푸빌라’가 등장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신세계스퀘어 전체를 감싸는 금색 불빛 속 거대한 선물상자가 열리면서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2025.11.06 20:24

  • ‘흙과 불의 예술 체험’ 김해분청도자기축제 개막
    ‘흙과 불의 예술 체험’ 김해분청도자기축제 개막

    경남 김해시는 4일부터 9일까지 김해분청도자박물관 일원에서 제30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올해는 ‘분청의 시간, 세종을 만나다’를 부제로 30년 역사의 도자축제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축제로 다시 태어난다.김해시는 축제 30주년을 맞아 공간을 대폭 확장하고 동선과 관람 환경을 개선했다. 축제장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역으로 넓혔고, 임시 주차장과 셔틀버스를 운행한다.체험부스는 QR 대기시스템이 도입됐으며, AR 기술을 활용한 ‘토더기 스탬프 투어’ 등 디지털 기반 참여형 프로그램도 새롭게 선보인다.축제는 4일 도예인이 주인공이 되는 ‘사기장 퍼레이드 행진’으로 시작됐다. 축제 30주년 기념 영상이 상영되며, 트롯 가수 방수정의 축하 공연이 분위기를 돋운다.전시 프로그램은 ‘세종대왕자 태항아리’ 특별전을 비롯해 제16회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 제17회 경남찻사발공모전 수상작 등 국내 도예예술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인다.협업 프로그램도 한층 강화됐...

    2025.11.04 11:28

  • ‘보물’에서 ‘국보’로···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국보 지정
    ‘보물’에서 ‘국보’로···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국보 지정

    충남도는 서산시 운산면의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이 올해 연말 국보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보원사지 오층석탑은 1963년 보물로 지정돼 보존·관리돼 왔으며, 충남도와 서산시는 2016년부터 학술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국보 승격의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이 석탑은 고려시대(10세기 중반)에 조성된 것으로, 통일신라 석탑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고려 초 특유의 독자적인 조형미와 세련된 조각 수법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평가된다.균형 잡힌 비례감과 안정된 구조미, 정교한 조각 표현 등은 당시 석탑 조형 기술의 완숙한 수준을 잘 드러낸다.국가유산청은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우리나라 석탑 양식의 전개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으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지정 사유를 밝혔다.이번 국보 지정은 예고 기간을 거쳐 다음달 최종 고시될 예정이다.조일교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2025.11.02 10:36

  • 그로테스크하면서 아름다운, 세계의 숨결을 담았던 [카메라 워크 K]
    그로테스크하면서 아름다운, 세계의 숨결을 담았던 [카메라 워크 K]

    “죽음은 모든 것을 끝내며 따라서 포괄적인 결론이다.”살아생전에 작가로서 돈을 잘 벌었던 서머싯 몸은 그의 소설 <면도날>에서 부나 명예, 그리고 행복한 결혼이 아닌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달과 6펜스>에서도 마찬가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던 폴 고갱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림에 미쳐 타히티 섬으로 잠적한 실존적인 화가에 대한 소설적인 이야기. 문든병에 걸린 주인공은 앞이 안 보이고 육체가 썩어가며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는 순간에도 손에 붓을 놓지 않았는데....2년 전 세상을 떠난 네덜란드 사진가 어윈 올라프도 그런 예술가였다. 그는 호흡이 점점 힘들어지는 대표적인 폐 질환인 폐기종을 앓았다. 하지만 지병은 삶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강한 사람도 위축됐던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도 어윈 올라프는 도시가 셧다운 되기 전의 상황을 일기처럼 사진에 담은 역작...

    2025.11.01 12:08

  • [경주 APEC]1인당 1개만 구매가능에 ‘좌절’···APEC 굿즈도 ‘케데헌’ 열풍
    [경주 APEC]1인당 1개만 구매가능에 ‘좌절’···APEC 굿즈도 ‘케데헌’ 열풍

    “죄송합니다. 해당 제품은 한 개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31일 오전 경북 경주역 대합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해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에서 대학생 김수련씨(24)가 발을 동동 굴렀다.김씨의 손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과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MU:DS)’ 브랜드 배지, ‘까치호랑이’가 들려 있었다. 뮷즈는 ‘뮤지엄(museum)’과 ‘굿즈(goods)’를 합친 말로, 박물관의 상징물을 활용한 문화상품 브랜드다.김씨는 “외국인 친구 3명이 케데헌의 호랑이 캐릭터 ‘더피’ 팬이라서 사주고 싶었다”며 “아쉬운 대로 다른 인기템인 ‘갓 볼펜’을 선물해야겠다”고 말했다.팝업스토어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 상품 외에도 ‘2025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최종 수상작 18종의 대표 기념품이 함께 판매됐다. 경복궁 근정전 어좌에 앉은 왕의 모습을 형상화해 대...

    2025.10.31 15:53

  • 위작 논란 ‘고갱 자화상’…바젤미술관 “진품” 판정
    위작 논란 ‘고갱 자화상’…바젤미술관 “진품” 판정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자화상’(사진)이 100년 동안 진위 논란에 시달린 끝에 ‘진품’ 판정을 받았다.28일(현지시간) 아트뉴스(ArtNews)에 따르면 스위스 바젤미술관은 “분석 결과, 고갱이 생전에 제작한 작품으로 확인됐다”며 “의도적 위조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 작품은 고갱이 1903년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자화상 중 하나로, 1945년부터 바젤미술관이 소장해왔다. 그러나 작품이 처음 경매에 등장한 1924년부터 진위 논란이 이어졌고, 1928년 바젤 전시 당시에도 ‘추정 자화상’으로 표기돼 진위 논란이 지속됐다.논란은 올해 초 다시 불붙었다. 예술 수사 전문가로 알려진 파브리스 푸르마누아르가 프랑스 매체 르 코티디앵 드 라르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고갱의 친구 응우옌 반 깜이 사후에 모사한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바젤미술관은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바젤미술관은 베른예술대학교에 작품의 ...

    2025.10.29 22:53

  • ‘세계 미술 흐름 한눈에’···‘대구아트스퀘어’ 30일부터 나흘간 개최
    ‘세계 미술 흐름 한눈에’···‘대구아트스퀘어’ 30일부터 나흘간 개최

    대구시는 오는 30일부터 11월2일까지 엑스코에서 지역 최대의 미술축제인 ‘2025 대구아트스퀘어’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이 행사는 국내·외 화랑들이 대거 참여해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구국제아트페어(DIAF)’, 40세 미만 작가들의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청년미술프로젝트’를 함께 묶은 것이다.올해로 18회를 맞은 대구국제아트페어에는 6개국, 화랑 108곳이 참여해 30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양국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등 예술적 교류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대구시는 기대한다.관람객들은 전시와 공연이 어우러지는 색다른 예술 경험도 할 수 있다. 대구국제아트페어 입장권 소지자에게는 대구미술관 및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입장권 30% 할인과 시티투어버스 무료이용 혜택 등이 주어진다.회화·드로잉·조각·설치·사진·영상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젊은...

    2025.10.29 11:36

  • ‘공예도시’ 청주에 전 세계 공예도시 행정·문화 전문가 모인다
    ‘공예도시’ 청주에 전 세계 공예도시 행정·문화 전문가 모인다

    국내 첫 ‘공예도시’ 충북 청주에 세계 공예도시의 행정·문화 전문가들이 모인다.청주시는 오는 30일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38동에서 ‘세계 공예전문가 회의’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이번 회의에는 호주, 중국,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세계 12개국의 행정 및 문화 대표단 50여 명이 참석한다.이번 회의의 주제는 ‘공예로 잇는 도시, 함께 만드는 미래(Crafting Cities, Weaving a Shared Future)’다. 공예를 중심으로 도시문화와 경제를 발전시키는 세계 공예도시 행정·문화 전문가들이 청주의 사례를 연구한다. 공예를 공통분모로 삼은 세계의 경험경제 사례를 공유하고, 공예와 문화를 동력으로 도시 발전을 추구해 온 청주시의 사례도 소개한다.이날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34동에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공예전문가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공예연합(Asia Pacific Crafts Alliance, APCA) 창립총회도...

    2025.10.22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