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정지인 옮김
북하우스 | 400쪽 | 1만8000원
스물한 살 저자의 몸무게는 37㎏이었다. 키 162㎝의 표준 체중이 54㎏ 정도니 몸의 3분의 1가량을 깎아냈다. 하루에 사과 한 알과 치즈 한 조각만 먹고, 작대기 같은 몸을 이끌며 몇㎞를 달렸다. 그것은 “헤라클레스의 과업에 비견할 어마어마한 노력”이었고 “엄밀히 말해 여자들만 하는 노력”이었다.
식욕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까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사과와 치즈 큐브 외에 그 무엇도 갈망하지 않았고, 다른 모든 욕망을 끊어냈고, 그와 함께 다른 모든 불안도 끊어냈다.” 그는 일, 성공, 사랑 같은 거대하고 모호한 대상 대신 작고 구체적으로 홀로 처리할 수 있는 대상에 집중하기로 한다. 스스로를 반죽음으로 내몰며 얻어내려 한 것은 삶에 대한 통제력과 충족감이었다.
저자는 거식증으로 고통받던 시절을 회고하며 이런 자기파괴적 욕망의 뿌리를 추적해나간다. 불안·공포에 취약한 개인적 기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오는 죄책감, 왜곡된 여성의 몸 이미지…. 이 과정에서 저자는 “여성은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으로만 갈망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마주한다. 이론적으로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현대 여성들도 욕구에 대해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떤 욕구를 품어야 하는지 진정한 만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고 결정할 자유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의 욕구는 더 많이 말해지고 더 많이 규명돼야 한다. 냅에 따르면 모든 욕구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 거식증으로 고통받는 여자들, 쇼핑에 중독된 여자들, 영혼을 파괴하는 사랑에 빠진 여자들…. 저자의 사유는 여성들의 욕구와 불안, 죄책감과 슬픔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결론으로까지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