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남자들이 살림꾼이었다고?

유경선 기자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

정창권 지음 | 돌베개 | 259쪽 | 1만5000원

책은 조선시대가 ‘남존여비’의 세상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조선의 남성은 가사노동에 충실한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가 사료를 기반으로 펼쳐진다. 저자가 살핀 자료는 조선시대에 남겨진 편지와 일기다. 그래서 대상이 양반가 남성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이 문헌들 속 남자들은 분명한 ‘살림꾼’들이었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집안일 규모는 “오늘날의 중소기업체와 맞먹을 정도”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식량과 생필품 대부분을 자급자족하고 자녀교육·질병치료·종교활동을 거의 집안에서 해결했으니 가사노동은 아무리 해도 계속 밀려들었을 것이다. 가사 분담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터다.

퇴계 이황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선비의 하루 일과표 ‘사부일과(士夫日課)’에 ‘자식에게 공부 가르치기’ ‘글씨 숙제 내기’ ‘손님 접대’ 등의 할 일을 빼곡히 적었다. 양계와 양봉을 하던 한 남성은 “함열에서 바꿔 온 암탉에게 알 19개를 품게 했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어가서 몹시 밉다”고 일기에 썼고, 물고기를 잡아온 뒤 “아침식사에 탕을 끓여 어머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처자들에게 주었다”고 기록한 남성도 있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요리에 능했다. 그는 자식들에게 손수 담근 고추장을 보내며 “사랑방에 두고서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을 것”이라고 편지를 썼고, 자식들이 반응이 없자 “왜 좋은지 나쁜지 말이 없느냐”고 서운한 티를 내기도 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고추가 떨어진다’는 말은 훗날에 생겨난 것이 분명하다.

언제부터 잘못된 걸까. 저자는 원인을 일제강점기에서 찾는다. “현모양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유교적 관념이 아닌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일제에 의해 식민지 사회에 이식된 근대의 왜곡된 여성상”이라는 것이다.

조선의 남자들이 살림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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