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욕망을 좇는 요괴들, 인간의 닮은꼴읽음

백승찬 기자
[책과 삶] 욕망을 좇는 요괴들, 인간의 닮은꼴

요망하고 고얀 것들
이후남 지음
눌와 | 320쪽 | 1만7000원

한국 고전소설 속 요괴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다. 다양하게 변신하고 저지르는 악행도 천차만별이다. 인간과 긴밀하게 관계 맺거나 아예 이야기를 중심에서 이끌기도 한다. 무엇보다 요괴는 인간과 다름없는 욕망을 인간보다 절절하게 표현하곤 한다.

고전소설 속 요괴 서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요괴의 면모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그가 연구를 위해 수집한 요괴 등장 고전소설은 77편, 요괴의 수는 158종이다. 이 책에서는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를 참조해 요괴들을 분류했다. 성욕과 식욕을 지닌 요괴, 신체적·재정적 안전을 도모하는 요괴, 사랑과 소속의 욕망을 표현하는 요괴, 명예욕과 권력욕을 탐하는 요괴, 이상을 실현하려는 요괴 등이다. 비교적 익숙한 <전우치전>에는 성욕에 사로잡힌 여우 요괴들이 나온다. 요괴는 인간으로 변신해 전우치를 유혹하고 관계를 맺는다. 요괴의 목적은 전우치의 정기를 빼앗아 죽이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 전우치는 역으로 요괴의 입 속에 있던 구슬을 빼앗아 신통력을 얻는다. 구슬을 뺏고 빼앗기는 과정은 상대의 입에 혀를 밀어넣는다는 식으로 에로틱하게 묘사된다.

섬뜩한 요괴도 있다. 물고기 요괴 올출비채는 행인을 유인해 죽여 인육으로 요리한다. 방법은 면 요리, 만두 요리의 두 가지가 있다. <임씨삼대록>의 구미호 옥선은 미남에 유독 집착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선동을 탐해 그의 배우자인 선녀를 제거하려 든다.

<옥루몽>의 소보살은 비록 여우 요괴로 등장했을지언정 깨우침을 얻고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된다. 과오를 직시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면 요괴든 인간이든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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