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가 ‘반대’만 하는 이유…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급진의 20대’

김종목 기자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김민하 지음|이데아|288쪽|1만7000원

급진의 20대

김내훈 지음|서해문집|256쪽|1만6000원

대선을 앞둔 한국에선 ‘반대의 정치’가 두드러진다. 정책·가치는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극단의 반대 논리가 강화된다. 이른바 ‘20대 현상’에선 혐오를 토대로 ‘우리’와 ‘그들’을 구분·분리하는 전략이 동원된다. <급진의 20대>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사회를 여러 측면에서 진단·전망하며 각각의 대안을 제시한다. 사진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인쇄소 직원이 출력한 투표용지를 점검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선을 앞둔 한국에선 ‘반대의 정치’가 두드러진다. 정책·가치는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극단의 반대 논리가 강화된다. 이른바 ‘20대 현상’에선 혐오를 토대로 ‘우리’와 ‘그들’을 구분·분리하는 전략이 동원된다. <급진의 20대>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사회를 여러 측면에서 진단·전망하며 각각의 대안을 제시한다. 사진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인쇄소 직원이 출력한 투표용지를 점검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민하는 한국 정치가 현실 문제를 어떻게 고칠지를 논하기보다는 상대를 반대하려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고 본다. 이른바 ‘진보 대 보수’의 구도에서 각 진영은 상대에 대한 반대 근거로 대중을 동원한다. 대중은 극단적 대결을 벌인다. ‘애국보수’와 ‘대깨문’ 간 대결이 대표적이다. 대결 와중 ‘보수’로 호명되면 ‘진보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진보’와 ‘보수’는 가치가 아니라 호칭일 뿐이다..

김민하는 일본 정치를 ‘진자 운동’으로 비유한 나카노 고이치 교수의 이론을 빌려온다. “서로를 반대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정치가 대립을 거듭하며 권력을 교환”한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어떤 시기에는 자민당 내 파벌 수준에서, 또 어떤 시기에는 자민당 경계를 넘는 수준 즉 정권 교체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한국도 이 ‘반대의 정치’가 일상을 지배한다. “진보에 대한 반대로서 보수를 자칭한 정권이 실패하면 진보로 진자가 쏠리고, 보수에 대한 반대를 내세우며 진보를 자칭한 정권이 실패하면 진자는 다시 반대 방향, 즉 보수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진자 운동이 거듭되는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도 “‘반대’를 통해 ‘우리 편’을 조직하는 효과적 방식을 찾는 도구”로 전락한다. 주권자 총의를 모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논의의 장을 만드는 민주주의 역할도 사라진다.

김민하는 ‘반대의 정치’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민주주의인가’를 묻고, 정치 초점을 “사회구조의 소유를 바꾸는 일”에 맞춰야 한다고 본다. “대중이 실제로 스스로 세상의 주인이 되어 공동체를 경영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치 개념도 재정의해야 한다. ‘누구에게 권력을 위임해야 세상이 좋아질까’가 아니라 ‘당신이 통치자가 된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대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진짜 진보’들에게도 있다고 본다. ‘진짜 진보’는 “이른바 민주 세력을 사회를 변화시킬 의지가 없는 정치 세력으로 평가하며 대안으로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지지를 주도했던 사람들”이다.

김내훈의 <급진의 20대>를 김민하의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의 ‘반대의 정치’ 이론 연장선에서 보면, 우선 ‘우리’와 ‘그들’에 관한 분석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을 주변화하고 배제하면서 ‘우리’를 구축해 집결하는 전략이 작동한다. 결집과 협력, 반목을 추동하는 것은 혐오의 에너지다. ‘20대 현상’을 ‘포퓰리즘 현상’으로 바라보는 김내훈은 혐오의 뼈대인 ‘우리’와 ‘그들’의 구분·분리가 포퓰리즘의 기저 논리이자 본질이며, 포퓰리스트의 최대 전략이자 레토릭이라고 본다. 20대 청년은 이 전략 아래 반-페미니즘, 반-난민, 반-이주민, 반-불공정, 반-위선, 반-정부, 반-여당, 반-586, 반-기득권, 반-기성세대 등 다양한 ‘안티의 네트워크’로 결집을 이룬다.

한국 정치가 ‘반대’만 하는 이유…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급진의 20대’

김내훈은 “외국인, 난민,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로 칭해지는 사람들 앞에서는 세대 내 갈등을 제쳐두고 ‘우리’로 뭉친다. 이때 ‘우리’가 맞서는 ‘그들’은 저 사회적 약자들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더 챙기면서 ‘우리’에게 역차별을 가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역시 ‘그들’이 된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20대 청년들은 서로 협력하기도 반목하기도 한다. 20대 남성에게는 20대 여성도 ‘그들’이 된다.

김내훈은 ‘20대 현상이 혐오, 증오, 적대, 내부 갈등으로, 특정한 투표 경향, 보이콧, 집단적 비토로 드러난다고 본다. 한 양상으로 나타나거나, 한 방향으로 흐르는 건 아니다. 김내훈은 ‘반정부화’ ‘청년 보수화’ 같은, 정치권과 미디어의 분석을 곡해로 여긴다. 김내훈은 “좌파적 기본소득에 대해 청년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운동에 참여한 20대는 ‘조국 규탄 집회’와 ‘반문재인 정권 시위’에도 나갔다. “특정 국면마다 20대를 거대한 반-정권 전선에 서게 만드는 헤게모니적 기표가 ‘공정하지 않다’라는 명제”다.

이 20대는 ‘분노한 자들’이 아니다. “계속되는 일자리 감소 및 그것을 가속화하는 자동화, 불가피한 계층 하강,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 혼돈 속에서의 실존적 위협에 놓여 풍전등화와 같은 상태에 있는 이들”로 가장 ‘위태로운 자들’”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다. 김내훈은 “약자를 향한 혐오의 표피를 걷어내어 그 심층을 들여다보면, 오늘날 한국의 20대 청년들이 현 집권 세력에 쏟아내는 불만과 분노가 사실은 한국 사회에 대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만성적인 불안, (정부 및 제도권 정치를 향한 분노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갖는 불만이 그 결집의 접착제가 된다”고 본다.

김내훈은 20대 현상을 망라하는 용어로 어떤 방향성이나 가치판단을 함축하지 않는 ‘급진’이란 말을 제안한다. “극우적 선동의 다른 한편에 자본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급진 정치로의 전환 가능성을 타진한다.

두 권의 책은 ‘포퓰리즘’, ‘자본주의’, ‘조국사태’, ‘문재인 정권’, ‘대선’ 같은 키워드를 다룬다. 진단과 대안 제시를 비교하며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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