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동물이 인간의 희생양’이라는 시선 너머, 재생산되는 인종주의·식민주의

김종목 기자
[책과 삶]‘동물이 인간의 희생양’이라는 시선 너머, 재생산되는 인종주의·식민주의

동물 너머
전의령 지음
돌베개 | 189쪽 | 1만3000원

인류학자 전의령은 인간-동물 관계가 결국 인간-인간 관계라는 점에 주목한다. 후자를 구성하는 것은 인간 집단 내의 인종·젠더·계급적 차이와 불평등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식용견을 구조해 북미·유럽·호주의 가정이나 보호기관에 입양하는 일을 보자. 한국 개농장의 백구와 미국 집의 크리스마스트리 앞 백구의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은 훈훈함과 안도감을 준다. 이는 선·악, 문명·야만, 깨끗함·더러움 같은 정동을 일으키고, 오리엔탈리즘·인종주의·식민주의적 시선도 불가피하게 재생산한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한국에서 처음 입양된 건 동물이 아니라 전쟁 고아들이다. 저자는 냉전의 산물인 한국전쟁이 해외 입양이라는 ‘인도주의적 과업’으로 재전유됐다고 본다. 동물 대상의 인도주의 활동도 인간 집단 사이 권력·지배 관계와 불평등 위에서 진행된다고 파악한다.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의 동물보호 메시지 전파도 미국의 ‘자애로운 지배’라는 기획의 일환인 것이다.

말레이시아 오랑우탄 자활센터에서 일하는 무급 북반구 자원봉사자 활동과 보잘것없는 임금을 받는 현지 직원들의 ‘오랑우탄 똥 치우기’는 같은 일로 보여도 그 의미는 다르다. 돼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이는 축산 농장에 고용된 노동자이자 유색 인종일 가능성도 높다. 저자는 “억압자 인간과 희생양 동물이라는 상상력은 동물에 대한 연민과 특정 집단에 대한 인종적 혐오를 부추기고, 인종적 혐오는 자본의 작동 방식을 망각하게 한다”고 했다. 인간-인간, 인간-동물 간 얽힘을 따라가야 권력구조의 작동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 동물복지 현장에 관한 담론 너머의 문제도 살핀다. 길고양이들에게서 도시와 주거 공간, 재건축의 문제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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