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반려동물과 ‘함께 되기’…진짜 동료가 된다는 건

심윤지 기자
[책과 삶]반려동물과 ‘함께 되기’…진짜 동료가 된다는 건

종과 종이 만날때
도나 J 해러웨이 지음·최유미 옮김
갈무리 | 464쪽 | 2만5000원

‘반려(companion)’라는 단어는 ‘빵을 함께 나눠 먹다’라는 뜻의 ‘쿰 파니스(cum pan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세계적인 페미니즘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는 여기에 ‘종’이라는 다소 낯선 단어를 결합한다. “반려종은 유한한 놀이에서의 정말로 기이한 식사 동료다.” ‘반려동물’의 확장판 정도로 오해하기 쉽지만, 해러웨이의 ‘반려종’ 개념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이보그 선언> <반려종 선언>으로 유명한 해러웨이의 또 다른 저서 <종과 종이 만날 때>(2007)가 국내에 번역 출판됐다. 전작 <반려종 선언>의 주인공이 보통의 개들이라면 <종과 종이 만날 때>는 해러웨이가 반려견 ‘미즈 카옌 페퍼’와 어질리티(동물과 인간이 함께 장애물을 넘는 운동경기)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며 얻은 깨달음에 집중한다. 인간이 설계한 어질리티 경기에서조차 훈련은 상호적이다. 서로를 인지하고, 훈련하고,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해러웨이는 “함께 되기(becoming with)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존재론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가축은 인간에 의해 부림을 받는 절대적 타자가 아니라, 인간만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물종이라는 근대의 인간예외주의에 공동으로 저항하는 ‘반려종’으로 거듭난다.

해러웨이의 질문은 “함께 되기의 경험”이 어떻게 “세속적이게 되는 실천”이 될 수 있는지로 넘어간다. 그는 미즈 카옌 페퍼와의 얽힘을 안내선으로 삼아 개 용품 문화 사업의 투자 전망, 채식주의 논쟁, 해양 동물 몸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TV 프로그램 등의 주제로 사유를 끊임없이 확장해나간다. 남성/여성, 인간/동물, 유기체/기계 같은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는 전복적 사유로 유명한 사상가답게 난해하고도 대담한 글쓰기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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