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방 사장·대학교수 박사…할머니들의 화려한 시절 ‘그땐 그랬지’

백승찬 기자
[그림책]뜨개방 사장·대학교수 박사…할머니들의 화려한 시절 ‘그땐 그랬지’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
구돌 글·그림
비룡소 | 48쪽 | 1만4000원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텅 빈 놀이터다. 한적한 정자에서 할머니 7명이 코를 골며 낮잠을 자고 있다. 할 일이 없고, 한 일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선입견은 곧 깨진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나비를 잡으려다 일으킨 작은 소동에 할머니들이 깨어난다. 할머니들은 하나둘씩 과거를 돌이킨다. “내 어마어마한 뜨개질 솜씨를 기억하나?”라고 말한 홍장미 할머니는 젊은 시절 시장에서 유명한 뜨개방을 운영했다. 홍 할머니는 옛 솜씨를 뽐낸다. 그네를 타며 뜨개질을 한 뒤 그네에서 뛰어내려 착지할 때는 새 조끼를 입는 묘기를 부린다.

[그림책]뜨개방 사장·대학교수 박사…할머니들의 화려한 시절 ‘그땐 그랬지’

미끄럼틀에서 자전거 묘기를 부린 배달자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읽은 신문을 배달했다. 마을에서 가장 큰 한복집을 했던 황금실·은실 할머니는 구름을 꿰어 한복을 만든다. 나박사 할머니는 대학에서 수많은 학생을 가르쳤고, 백설기 할머니는 머리에 수십 개 바구니를 이고 떡을 팔았다. 무엇보다 구주부 할머니는 평생 아이 열 명을 길러 독립시킨 최고 솜씨의 ‘프로 주부’로 어지러웠던 놀이터를 금세 정리한다.

현재의 한가하거나 누추한 행색을 보면서 그 사람의 과거를 멋대로 짐작할 때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목소리가 작은 노년 여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는 통념을 뒤집는다. 할머니들의 과거를 우연히 엿본 고양이는 말한다. “지나간 시간이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엄청나게 멋진 거군요!”

[그림책]뜨개방 사장·대학교수 박사…할머니들의 화려한 시절 ‘그땐 그랬지’

평면화한 납작한 그림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책의 앞표지에는 할머니들의 현재 모습이, 뒤표지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활약했던 젊은 시절이 그려져 있다. 화려한 날을 보낸 젊은이도 언젠가는 늙고, 한 사람의 삶은 현재의 단면으로 파악할 수 없으며, 많은 늙은이도 언젠가는 젊은이였음을 따뜻한 목소리로 전하는 그림책이다.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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