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마약왕의 도시’에서 일어난 30년의 기적읽음

최민지 기자
[책과 삶]‘마약왕의 도시’에서 일어난 30년의 기적

기적의 도시 메데진
박용남 지음
서해문집 | 264쪽 | 1만8500원

1970~1980년대 중남미를 떨게 한 악명 높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범죄조직 이름은 ‘메데진(메데인) 카르텔’이었다. 활동 근거지인 콜롬비아의 도시 메데진에서 따온 것이다. 수도 보고타에 이은 제2의 도시 메데진은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의 근거지이면서 하루 평균 16명이 살해당하는 폭력의 수도였다. 국가권력의 힘이 닿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국가가 포기한 도시’라고도 불린다. 적어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사실이었다.

도시는 달라졌다. 미국 드라마 <나르코스>는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메데진을 ‘마약왕의 도시’로 각인시켰지만 지금은 아니다.

메데진에서 가장 근사한 건축물인 페르난도 보테로 도서관·공원은 가장 가난한 도시에 지어졌다. 폭력이 판치던 동네에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춤판이 벌어진다. 도시들의 도시, ‘셀럽 시티’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기적의 도시 메데진>은 1990년대부터 30여년간 이어진 도시재생 사업으로 메데진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조명한다. 도시학자인 저자 박용남은 지구 반대편 1만4000㎞를 날아가 현지의 사람과 공간을 취재했다. 저자는 메데진의 변화 뒤에 훌륭한 리더십과 ‘걷기’ 중심의 생태친화적인 교통 시스템, 도시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민사회 등이 있었다고 말한다.

메데진의 빛나는 부분만 보진 않는다. 주택과 일자리 부족, 기후위기 대책 부족 등 메데진이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짚는다.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도시를 꿈꾸는 브라질의 작은 도시 <꿈의 도시 꾸리찌바>(2002), 도시혁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도시의 로빈후드>(2014)에 이은 ‘도시혁명 프로젝트’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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