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몸’과 피트니스 산업, 그리고 초가공식품

이영경 기자
[책과 책 사이]‘완벽한 몸’과 피트니스 산업, 그리고 초가공식품

설 연휴 마지막 날, 명절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사람들에게 경종이라도 울리듯 넷플릭스에서 <피지컬:100>을 선보였다. 국가대표 선수부터 인플루언서까지 ‘뛰어난 몸’을 가진 100명이 참여한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날것의 육체가 힘대결을 벌이는 프로그램은 ‘몸짱’에서 진화한 ‘강인한 몸’에 대한 열망을 포착했다. 여성 출연자들도 ‘보기 좋은 몸’을 넘어 근육과 힘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은 말한다. “인간의 몸은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

그런데 ‘완벽한 피지컬’이 존재하긴 하는 건가? 어맨다 몬텔의 <컬티시>는 탈신앙 시대에 유사종교로 군림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로 ‘피트니스 산업’을 꼽는다. 대형 피트니스 센터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외모나 자기계발을 삶의 의미와 결합시켜 “열심히 노력하면 완벽한 몸매와 완벽한 인생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따른다. <피지컬:100>은 출연진의 몸을 본떠 만든 토르소를 전시하며 몸 자체를 물신화한다.

출연진의 몸은 ‘자연스러운 몸’과 거리가 멀다. 고통 속에 깎아내고 부풀리며 단련한 몸이다. 마이클 모스의 <음식 중독>엔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에 ‘중독’되어 고도비만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나온다. 식품산업은 달고 짜고 기름진 ‘초가공 식품’을 더 많이 먹으라고 부추긴다. 한편 ‘완벽한 피지컬’을 위해선 또 다른 초가공 식품이 생산된다. ‘단백질 쉐이크’ 등이다.

현대인은 ‘완벽한 피지컬’을 열망케 하는 피트니스 산업과 고열량·저영양 가공식품 산업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피지컬:100>은 당장 감자칩을 내려놓고 헬스장으로 달려가라고 촉구한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헬스장 앞에는 버거킹이 있다.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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