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민들레”…보도블록 틈새에서 빌딩숲 가장 높은 곳으로

손버들 기자
[그림책]“날아라, 민들레”…보도블록 틈새에서 빌딩숲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 비행
박현민 글·그림
창비 | 64쪽 | 2만1000원

도시는 높다. 빌딩들은 경쟁하듯 하늘 높이 솟아 있고 가로수의 가지는 대기를 움켜쥐듯 위를 향해 뻗어 있다. 도시는 바쁘다. 무수한 사람들이 쫓기듯 오고 간다. 도시는 시끄럽다. 자동차들이 달리는 소리, 공사장의 굉음, 사람들의 말소리가 뒤섞이며 혼잡한 소음을 낸다.

이 책의 주인공 ‘보도블록 틈새의 민들레’는 이런 요란한 도시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본다.

민들레는 움직일 수 없다. 사람들의 구둣발과 자전거의 바퀴가 밟고 지나가도 피하지 못한다. 밤이 춥고 무서워도, 비가 쏟아져 눈앞을 가려도 민들레가 할 수 있는 일은 견디는 것뿐. 소란한 가을날에도, 고요한 겨울날에도 가느다란 뿌리로 땅을 꽉 붙들고 버틴다. 민들레는 겁내지 않는다. 처해진 현실을 똑바로 바라본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가장 낮은 곳에서 외롭게 사는 민들레에게도 꿈은 있다. 언젠가는 저 높은 하늘 위로 날아오르겠다는 꿈이….

[그림책]“날아라, 민들레”…보도블록 틈새에서 빌딩숲 가장 높은 곳으로

스산했던 날들이 지나고 따스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한 아이가 민들레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손을 뻗는다. 후… 아이의 입김을 타고 민들레는 날아오른다. 민들레 홀씨가 나풀나풀 도시 곳곳으로 흩어진다. 빌딩숲 가장 높은 곳까지 비행한다. 민들레의 꿈이 이루어진다.

그림은 인쇄의 기본 색인 CMYK(Cyan·청록색, Magenta·자홍색, Yellow·노란색, Black·검은색)만 사용해 4개 층의 레이어를 쌓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판에 그림을 새기는 방식과 유사하다. 색과 색 사이에서 소외된 삶을 향해 보내는 다정한 응원이 흘러나온다.

봄이다. 길을 걷다 문득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를 만난다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작은 생명이 날아오르기까지의 고된 시간을 떠올려 보자. 세상사에 지친 당신도 언젠가는 날아오를 민들레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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