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무 데도 가지 않기

김종목 기자

<꿈꾸는 길, 산티아고>(김창현, 눈빛)라는 책이 최근 나왔다. 부제는 ‘54일간의 800㎞ 사진여행’. <100만 걸음의 예배자, 카미노 데 산티아고>(김형찬, 한사람), <자전거 타고 산티아고>(지훈, 하움),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손미나, 코알라컴퍼니)도 4월 출간됐다. 올해 제목이나 부제에 산티아고가 들어가 나온 책은 10권이다. 다 국내 저자다.

산티아고에 왜 가는가? 책 제목에 대략 드러난다. ‘힐링’ ‘꿈’ ‘기도’ ‘명상’ ‘행복’…. 코로나19 전 산티아고 길에 선 열 명 중 한 명꼴로 한국인이라고 할 정도로 찾은 이가 많았다.

긍정과 희망, 기원의 단어들을 한국 땅에선 이루기 힘들다고 여긴 이들이 이 길로 가는 듯했다.

<꿈꾸는 길, 산티아고>에 실린 풍경을 보며 저 길을 걷고 싶다는 욕구에 빠져든다. 꿈같은 일이다. 두 달 남짓 걸린다. 돈과 시간만이 문제가 아니다. ‘놀러 가는 것’으로 비칠 두 달 휴직은 보통 노동자가 감당하기 힘들다. 다녀온들 벗어나려 한 현실 문제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피코 아이어의 <여행하지 않을 자유>(문학동네)를 떠올린다.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아무 데도 가지 않기(going nowhere)’, 원제는 ‘The art of stillness(고요의 기술)’이다. “고요를 삶의 중심으로 받아들이는 행위” 즉 좌선과 명상을 강조한다. 매일 아침 3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된다고 조언한다. 이 여행이 “심오한 축복”이라고도 했다.

‘나 홀로 30분’ 내기도 쉽지 않은 사람이 많다. 전철이나 버스 목적지 한두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는 것도 대안이다.

걸으며 사색하고, 명상한 이들이 간 길은 산티아고나 제주 올레가 아니라, 주로 동네 길이다.


[책과 책 사이]다시 아무 데도 가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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