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알기 위해 떠난 여행읽음

이영경 기자
독일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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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흐름은 되돌릴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제노사이드에 ‘제노사이드’라는 이름을 되찾아 주는 일이 제7의, 제8의 히틀러가 다시는 “도대체 지금 와서 누가 아르메니아인 절멸을 이야기하는가?” 따위의 말을 내뱉지 못하도록 막는 일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2015년 아르메니아인 제노사이드 100주기 특별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악을 숨기거나 부인하는 것은 상처를 지혈하지 않고 계속 피 흘리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 -양재화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어떤책) 가운데

타인의 고통을 알기 위한 것이 여행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양재화는 2005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우슈비츠를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캄보디아, 칠레, 아르헨티나, 제주, 아르메니아를 여행하며 제노사이드의 현장과 관련 박물관을 방문한다. “잊힌 이름들과 얼굴들을 마주하는 여행”이다. 죽음과 비극에 관한 장소를 여행하는 ‘다크 투어리즘’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됐지만, 양재화의 노력은 조금 더 각별하다. 해외여행에 들어가는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마주하는 데 바쳤다. 18년에 걸쳐 멀리 남미까지 다크투어를 해나간다.모든 것은 히틀러의 말에서 시작되었다. “누가 아르메니아인 절멸을 이야기하는가?” 히틀러의 질문에 “기억한다”고 답하기 위해 저자는 발걸음을 이어나간다. “내가 그들 중 한 명이었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고 피해자와 동일시하며 추상적 숫자로 존재하는 피해자 하나하나가 ‘사람’이었음을 확인해나간다. “여행 전후에 공부하고 되씹고 기억하는 일을 모두 합한 총체적인 과정”으로 여행을 정의하는 저자에게 여행은 자신을 발견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공부’다.

[토요일의 문장] 타인의 고통을 알기 위해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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